학생 신분에도 3·1 만세 운동을 조직해 이끈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의 재조정론에도 그간 유관순 열사의 등급은 제자리였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25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서훈 기준이 재조정돼야 한다”며 유 열사의 서훈이 낮다고 주장했다.
독립유공자 1급인 대한민국장에는 김구, 김좌진, 안중근, 안창호, 이승만 선생 등 30명의 독립운동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여성은 장제스 전 총통부인인 쑹메이링 여사가 유일하다. 국내 여성 독립운동가 중 가장 높은 서훈 등급을 받은 이는 ‘만주 호랑이’라고 불렸던 남자현 선생으로 2급인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화학당 학생으로서, 결사대를 조직해 만세 운동을 계획하고 이끈 유관순 열사는 1962년 3급 독립장에 추서됐다. 이후 유 열사가 공적과 상징성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올해도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7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유 열사의 서훈 등급을 격상시켜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사단법인 유관순 열사 기념사업회’와 이화여고 총학생회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유 열사의 서훈 등급 승급을 요청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심 소장은 “일부에서는 유 열사가 어떻게 백범 김구 선생님과 동급으로 1급이 될 수 있냐는 주장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며 통상 수감 기간을 서훈 등급의 기준으로 삼는 관례에 이견을 제시했다.
심 소장은 “여성인 경우 1년 정도 수감되더라도 성고문을 심각하게 받아 나오셨을 때 불임인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며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수감 기간을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동립운동가도 소개했다. 심명철 지사가 그 중 하나다. 심 지사는 유 열사와 함께 서울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갇혀 있던 여성 독립운동가다. 본보의 연중기획 ‘3ㆍ1운동, 임시정부 100년- 다시 부르는 삼월의 노래’에도 소개됐다(관련기사 바로가기). 심 소장은 “심 선생은 앞을 보지 못했다”며 “그러나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본이 특별히 감시를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해 항일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그간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이유로 출생지를 들기도 했다. 심 소장은 “전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출생지를 분석해보니 60% 정도가 이북지역 출신이었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통합과 민족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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