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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정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원님

입력
2019.02.2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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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ㆍ18과 관련해 지만원씨 등의 극단적 주장을 여과없이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설사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해도 그러려면 먼저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막연한 개연성 만으로 일단 확인해보자는 식의 주장은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최근 “20대 남성들의 민주당 지지율 하락 이유는 전 정권, 전전정권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전에 같은 당 홍익표 의원도 “반공교육 때문에 20대 남성이 보수적”이라고 했다가 마찬가지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사안을 들여다보면 홍 의원 발언은 그나마 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설 의원의 경우 그 후에 변명삼아 내놓은 말들을 봐도 과연 이런 수준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해도 되는지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문제의 ‘386세대’는 언제 중고등학교를 보냈는가? 사상적 감시와 탄압에서 전두환 정권 시절을 능가했던 박정희 정권의 유신 시절이다. 설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유신 치하에서 중고교 교육을 받은 지금의 50대들은 민주주의에 관한 한 무뇌아 수준이 돼야 맞다. 그런데 설 의원의 해명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사람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마 교육이 제일 클 것이다.”

거의 교육결정론 수준이다. 물론 북한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설 의원 말이 맞는 것같기도 하다. 저런 폭압과 독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저항없이 살아가는 것을 볼 때는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를 보면 설 의원의 주장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한다. 인간의 자율적 영역을 놓쳤기 때문이다. 흔히 진보니 민주주의니 하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대한민국사의 주요 사건들에서 특히 그러하다. 이승만 정권의 교육만 받았는데 어떻게 4ㆍ19가 일어나고, 박정희 정권의 교육만 받았는데 어떻게 ‘서울의 봄’이 있을 수 있었으며, 전두환 정권의 교육만 받았는데 어떻게 87년 6월 민주항쟁이 있을 수 있는가? 인간은 자율적 존재다.

오히려 설 의원의 이런 근거없는 논리와 주장은 실은 그가 대학을 다닌 70년대 대학교육의 부실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설 의원이 대학을 다닌 유신 시절은 수시로 휴교령이 내려져 운동권 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거의 제대로 학교 공부를 하지 못했다.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설 의원 같은 운동권들은 이념 서적 몇 권 말고는 세상을 이해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편향된 시각과 폐쇄적인 운동권 경험, 그리고 정치적 벼락 출세다.

그러다보니 여당의 정책 잘못으로 인한 20대 남성들의 지지 철회를 과학적 객관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도 없이 “요즘 젊은 애들” 운운(云云) 하다가 지금 험한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눈은 보라고 있는 것이고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것이다.

설 의원은 이미 따로 예를 들 필요도 없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설화(舌禍)를 입었고 그 때문에 한동안 정치적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적어도 어느새 원로급이 돼 정치를 한다면서 남보다 나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망정 국민들을 향해 염장지르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세비 받아 여의도에서 4년짜리 월급쟁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염치라 여긴다. 대학 시절 한 때 학교 선배 중에 우상이기도 했던 설 의원에게 한 마디 하고 마치겠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건 교육이 아니라, 아마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것이 제일 클 것이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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