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이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영국 의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던 브렉시트 관련 의결은 돌연 연기됐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는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던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27일 예정 英브렉시트 표결 전격 연기
당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이번주 중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였다. 27일 영국 의회에서 또다시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실시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노동당에서는 제러미 코빈 대표의 반(反)유대 성향과 브렉시트 추진 방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당했다. 집권 보수당에서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안에 반대하는 의원 3명이 당을 떠났다. 잇따른 탈당에 이은 ‘독립 그룹’ 결성으로 촉발된 영국 정계개편 움직임에 추가 탈당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관심이 쏠린다.
메이 총리는 20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 위원장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영국 안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는 ‘백스톱’ 조항에 대해 협의에 돌입했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메이 총리는 23일 오후 옥스퍼드에서 열린 보수당 전국 총회에서 “브렉시트 추진 최종 단계에서 가장 좋지 않은 일은 우리의 입장을 잃는 것”이라며 브렉시트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27일 의회의 승인 투표 결과에 영국 정치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24일 “(브렉시트 수정안을) 이번주에 표결하지 않고, 내달 12일까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면서 하원의 최종 표결시한을 2주 후로 다시 미뤘다. 수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유럽연합 탈퇴 시한(3월 29일)의 연기 주장에 대해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갈팡질팡 미국 외교… 시리아 철군 제자리로?
“시리아에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기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흔들리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2일, 병력 400명을 시리아에 주둔시키기로 대통령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21일만 해도 200명만을 남기겠다는 결정에서 늘어난 수치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연합군은 800명에서 1,500명가량이 시리아 북동부 안전지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연합군은 터키와 시리아 반란군 사이의 완충지대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이 아닌 공중지원만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토는 생각이 다르다. 미 지상군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나토 역시 지상군 투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보급 및 정보, 공중지원에만 참여하고 ‘피를 보는 일’은 프랑스군과 영국군에 떠넘기겠다는 미국의 계산이 흐트러지는 순간이다.
미국 측은 나토와의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협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병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유럽이 반대하는 이상,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 유지를 위한 200명이 시리아에 당분간 남아 있을 것”이라고 22일 발표했지만 이미 발표한 200명에는 이 병력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구상은 미국의 손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승리를 선언한 것도 빛이 바랬다. 베트남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렁에 빠졌던 것처럼 미국은 또다시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상황 모면에 실패할 것이 점쳐진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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