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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열차순방, 中ㆍ베트남 발전상 곳곳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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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열차순방, 中ㆍ베트남 발전상 곳곳 탐색

입력
2019.02.24 18:06
수정
2019.02.25 09: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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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전 김일성 방문 행보 답습… 전용열차 타고 대륙종단 하노이행

베이징 안 거치고 곧바로 남행… 내륙 관통 최단거리 노선 유력

출발 소식ㆍ동선 북한 주민에 알리며 ‘정상국가’ 수장 면모 과시도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핑샹역에서 관계자들이 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핑샹역에서 관계자들이 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대륙을 종단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고 있다. 자신의 조부이자 롤 모델인 고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 행보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열차 노선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베이징(北京)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내륙을 관통하는 최단거리 노선이 유력해 보인다. 특히 수행단에 경제업무를 총괄하는 오수용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경제협력(경협) 이슈가 이번 회담에서 주된 의제 가운데 하나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오후 4시 32분쯤 평양역을 출발한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동수단으로 선택한 건 다양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자신감과 개방적 성향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탑승에 앞서 열차 사열, 당ㆍ정ㆍ군 간부들의 환송 모습 등이 담긴 사진 네 장을 보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북한을 비워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단속돼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모습”이고 말했다. 아울러 장갑차 수준의 안전성이 보장된 데다, 최첨단 통신시설과 침실, 집무실, 연회실 등을 갖춘 사실상 ‘이동식 집무실’의 편의성에 따른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있다. 또, 노후 기종인 전용기 ‘참매 1호’의 장거리 비행 시 불거질 수 있는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의 동선을 외부에 알린 것도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진일보했음을 내세우려 한 의도일 공산이 크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에야 북한 주민들에게 소식을 알렸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정상국가 수장으로서의 면모가 더 확연한 건 물론이거니와, 평양 출발 이튿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출발을 알렸던 지난해 첫 북미 정상회담 때에 비해서도 한발 더 나아간 행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등이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곧 베트남을 공식 친선 방문한다”며 “방문 기간 두 나라 최고지도자들의 상봉과 회담이 진행된다”고 미리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24일 오후 1시(이하 현지시간)께 톈진(天津)역을 통과했다. 현지 소식통은 “오전부터 톈진역 주변에 공안들이 대거 배치됐고 열차를 볼 수 있는 건물도 통제됐다”면서 “낮 12시를 전후해 해방교의 톈진역 방향이 통제되더니 1시간쯤 후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해방교를 지나갔다”고 전했다. 반면 베이징역 부근에선 이날 아무런 특이동향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이용할 경우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다. 회담 직전에 중국 지도부와 접촉해 미국 측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과 이동시간 단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 1제2차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전용열차 예상 이동경로.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림 1제2차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전용열차 예상 이동경로. 그래픽=강준구 기자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전날 오후 9시 30분쯤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을 통과한 뒤 이날 오전 3시30분쯤 선양(瀋陽)을 지났다. 이어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와 탕산(唐山)을 거쳐 톈진을 통과해 남쪽으로 향했다.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 간 회동은 없었지만 중국 측은 고위관료를 보내 예우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는 중국 고위급 전용열차가 동북지역으로 향했다는 목격담이 쏟아졌다. 관례대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단둥역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톈진을 지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노선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시속 60~70㎞인 전용열차가 중국 내에서 4,000㎞ 이상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박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하면 최단거리 노선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톈진에서 허베이성 스좌장(石家庄)을 거쳐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후난(湖南)성 창사(長沙)를 통과하는 내륙 관통 코스가 유력해 보인다.

다만 창사 이후 노선을 두고는 현지 소식통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난닝(南寧)을 거쳐 베트남과의 접경도시인 핑샹(憑祥)으로 가는 노선이 거리가 짧지만, 중국 개혁ㆍ개방의 상징도시이자 고 김일성 주석이 들렀던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로 우회했다가 난닝ㆍ핑샹으로 갈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광저우에서 항공편을 이용할 것이란 예상도 여전히 있지만 핑샹역 설비 점검 상황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과 북측 수행단은 핑샹역에서 베트남쪽 접경도시인 랑선성 동당역까지는 전용열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의 철도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동당역은 최근 역사를 폐쇄하고 주변 경비를 강화한 채 내부 수리와 선로 정비를 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베트남의 중국 접경지대 철도는 궤도 폭이 북한ㆍ중국과 같아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중ㆍ월 국경을 넘어가는 데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베트남 현지언론들은 지난 22일 교통당국이 현지시간으로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당~하노이 170㎞ 구간에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고 보도했다가 일제히 삭제한 바 있다. 동당역에서 하노이까지의 육로 이동에는 2~3시간이 소요된다.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시간이 최소 40시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 위원장은 평양을 출발한 지 60시간가량인 26일 오전에 역사적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하노이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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