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정의선식(式)’ 혁신이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엔 임ㆍ직원들의 복장 완전 자율화를 실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대차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기업 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 등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완전 자율복장 제도’가 도입된다. 지금까지 현대차 직원들은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근무했지만, 다음달부터는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착용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은 물론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도 근무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ICT기업 보다 더 ICT기업답게 변화하는 것이라는 게 정 수석부회장의 생각”이라며 “구글 등에서 볼 수 있는 ICT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현대차에도 뿌리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유독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인 현대차에선 일사불란한 조직주의가 강조되면서 직원 간 ‘형,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가족적인 위계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이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애착심을 키우긴 했지만 한편으론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소통은 어려운 구조였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런 보수적인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스스로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기존 연단에 있던 경영진 전용 좌석을 모두 치운 뒤 일반 사원들과 함께 객석에 내려가 앉았고, 사원들이 일방적으로 들어야 했던 연설 대신 프레젠테이션 형식을 통해 사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직원들에게 거듭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인사, 채용, 경영방식 등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13일 창사 이래 고수해왔던 대규모 정기 공채 방식을 버리고 직무 중심의 상시 공개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회사 내부의 위계질서를 대표했던 ‘기수 문화’를 없애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영입하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복안이었다. 현대차가 최근 30여년 만에 외부감사인을 교체한 것도 파격적인 조치로 여겨진다. 현대차는 그동안 회계감사를 맡아온 딜로이트안진 대신 삼정KPMG와 새 감사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 출신인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기업 내 순혈주의를 타파하기도 했다”며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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