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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미대사에 리마 공주 임명… 카슈끄지 사건 무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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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미대사에 리마 공주 임명… 카슈끄지 사건 무마될까

입력
2019.02.24 17:59
수정
2019.02.24 23: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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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대사 내세운 파격 인사… 미국, 유엔 대사에 크래프트 지명

사우디아라비아 역사상 첫 여성 주미 대사에 내정된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리마 공주. 위키피디아 캡처
사우디아라비아 역사상 첫 여성 주미 대사에 내정된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리마 공주. 위키피디아 캡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파격적 인사를 통해 이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사우디 왕실은 23일(현지시간) 개각을 발표하며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공주가 주미 대사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외교공관 대사적에 여성이 임명된 것 자체가 처음인 데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주재 대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주미대사였던 칼리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자는 국방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함께 국방정책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4세인 리마 공주는 사우디 공직사회에서 ‘첫 여성’ 타이틀로 유명하다. 빈살만 왕세자가 여성 운전 허용 등 사우디 개혁 정책을 펼치며 중용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비록 지금도 여성 운동 활동가들이 수감돼 있긴 하지만, 사우디 스포츠청에서 여성 담당 부청장으로 일하는 등 여성 차별과 배제가 심한 사우디 내부의 체질 개선에도 앞장서 왔다.

리마 주미대사 내정자는 미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주미대사를 지낸 반다르 빈술탄 왕자의 딸로, 미국에서 성장해 조지워싱턴대 박물관학 학사 과정을 졸업했다. 서구 문물을 일찍부터 접하고 여성 권리 신장 활동을 해 오던 40대의 젊은 공주를 대미 외교의 선봉장으로 파견하게 된 셈이다. 리마 공주는 내정 사실이 밝혀진 직후, 트위터에 “국가와 지도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위해 신의 허락에 따라 끝까지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우디가 원하는 외교적 진전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10월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한 사건 이후, 미국 의회는 사우디를 향해 초당적으로 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다. 터키 정부뿐 아니라, 미 의회 역시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에 깊숙이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멘 내전에서 후티반군 측에 대한 사우디 측의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이 잇따르는 것도 서방의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은 “(리마 공주의 주미대사 임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미 의회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면서 카슈끄지 사건에는 선을 그으려는 사우디의 시도”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한편, 헤더 나워트 전 미 국무부 대변인의 갑작스런 후보직 사퇴로 2개월 가까이 공석 상태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전 미국대사의 후임 자리에는 켈리 크래프트 주캐나다 미국대사가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크래프트 대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데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미국은 더 높은 수준의 대표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인준 청문회 통과 후 주유엔대사에 임명될 예정인 크래프트 대사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게 최대 과제다.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 조기 철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외교 정책에 커다란 우려를 보내고 있다. 앞서 나워트 전 지명자는 불법 체류자를 보모로 고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리자 지난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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