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검률 64%... 중증은 54% 그쳐
“중증장애인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마음만 다칠 때가 많아요. 대개 운동기능이 떨어져서 앉아있기도 힘든데 ‘엑스레이 앞에 서라’, ‘몸을 돌려 봐라’ 등 불가능한 요구를 하니까요. 특히 휠체어를 이용자들은 바닥을 기어가서 체중계에 올라갈 바에야 몸무게 측정을 안 하겠다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고물상 가서 양팔저울을 사다가 자신을 올려달라는 분도 있었어요.”(박진국 경기 성남시 중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장애인 10명 중 3명이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장애인은 절반이 가까이 검진을 받지 않고 있었다. 2008년 5,840개였던 검진기관이 지난해 2만2,011곳으로 늘어나는 등 정부가 국가건강검진을 강화해왔지만 상당수 장애인들은 건강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24일 국립재활원이 내놓은‘2016년 장애와 건강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장애인의 혈액검사 등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64.8%로 비장애인(74.1%)보다 9.3%포인트 낮았다. 중증장애인은 54%에 그쳤다. 또 장애 유형에 따라서도 수검률 격차는 컸다. 15가지 유형 중 자폐성(75.6%)이 가장 높았고, 신장(콩팥·43%) 뇌병변(46%) 정신(46%)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검률 산출 대상은 장애인 108만명,비장애인 1,787만명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대상자를 모두 포함한다.
수검률 격차의 원인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 인력을 갖춘 검진기관이 적기 때문이다.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언어소통이 어려워 활동보조인이 필수적이지만 건강검진에 동행하기엔 이용가능시간이 부족하다. 또 검사대에서의 낙상 위험과 심리적 두려움 역시 다수의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으로 꼽혔다. 정부는 지난해 시설비용 일부와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하는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8곳에 불과하다.
이복실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은 “오히려 대도시일수록 검진기관 접근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특수장비를 이용한 방문검사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별 상황을 중심으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립재활원은 이 자료를 기초로 25일 오후 ‘통계로 살펴본 장애인의 건강이슈’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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