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주자들 존재감 낮고 3선 길 터준 니카이파가 운 띄워
자민당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당 총재 4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규정상 마지막 임기(3연임) 중인 아베 총리의 레임덕 방지를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지만, 확실한 ‘포스트 아베’가 보이지 않아 임기 연장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도 없지 않다.
논란은 18일 아베 총리가 1993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동기들과의 저녁식사에서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9월 당 총재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다 포기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 정조회장과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동기간 회식인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차기 당 총재가 화제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저는 다음에 나오지 않습니다만, 다음 총재 후보는 기시다 정조회장이죠”라고 말을 꺼내자, 노다 전 장관이 “저도 있습니다”라며 즉각 견제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 소속 하야시 모토오(林幹雄) 간사장 대리가 “(아베 총리의) 4선도 있을 수 있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순간 침묵이 흘렀다.
자민당은 총재 임기와 관련해 ‘연속 2기ㆍ 6년’이었던 규정을 2017년 ‘연속 3기ㆍ9년’으로 개정했다. 개정에 앞장 선 쪽이 니카이파였고, 첫 수혜자가 아베 총리였다. 아베 총리의 3선에 길을 열어준 니카이파가 거론한 ‘아베 4선론’이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니카이 간사장도 최근 “(아베 4선론과 관련해) 본인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언의 진의를 두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2일 아베 총리의 레임덕 방지를 위한 발언으로 분석했다. 자민당 인사의 언급을 인용해 “4선에 중점이 있다기보다 정국 주도권을 총리에게 쥐어주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포스트 아베’ 인사들이 전면에 나설수록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형식상 2021년 9월 임기가 완료된다.
그럼에도 확실한 ‘포스트 아베’ 주자가 보이지 않는 점은 ‘아베 4선론’이 급부상하는 배경이다. 기시 정조회장, 노다 전 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등은 ‘포스트 아베’주자로 거론되지만 아베 총리에 비해 역부족이란 인식이 많다. 이 때문에 당 일각과 총리 주변에서 “7월 참의원선거에서 승리하면 4선론은 반드시 거론될 것”, “북한과의 납치문제와 러시아와 영토반환 협상 등 장기적으로 해결할 현안을 감안하면, 충분한 논의만 있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23일 총리 재임기간 2,617일을 달성, 역대 4위에 올랐다. 11월 20일까지 재임할 경우 가쓰라 다로(桂太郎) 전 총리를 제치고 역대 최장수(2,887일) 총리로 올라선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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