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 <23> 중증 화상 환자
2016년 10월 경북 울산의 한 화학공장에서 일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머리와 귀에 3도 화상을 입은 최준서(42)씨는 요즘 병원에 갈 기분이 들지 않는다. 3년 전 병원에서 만나 친하게 지냈던 A씨가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서다.
최씨에 따르면 A씨는 화상을 입은 목 부위에 대해 3회 이상 피부이식수술을 받았지만 이식부위가 녹아내려 계속되는 수술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힘들어했다고 한다. 최씨 역시 수술비용이 가장 큰 부담이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다 화상을 입어 산재보험처리가 돼 그나마 건강보험 급여치료의 자기부담금은 면제 받지만, 수술재료가 대부분 비급여인 이식수술을 하려고 하면 1,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기, 주사치료는 물론이고 보습제 비용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소득이 없는 화상환자들은 돈이 없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증 화상 환자들을 위한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이 있지만 다른 중증환자에 비하면 충분하지 않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2도 화상에 체표면적 20% 이상, 3도 화상 이상이면서 체표면적 10%가 화상을 당한 환자 △얼굴, 팔, 다리, 성기 등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환자들은 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처럼 산정특례 혜택을 받는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를 받을 때는 본인부담금을 5%만 내면 된다. 하지만 산정특례 기간이 짧고, 화상치료는 급여보다 비급여 치료가 많아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증 화상 환자들은 “상태가 심하면 중환자실 치료만 3개월 가까이 받고, 그 후 1년 넘게 입ㆍ퇴원을 반복할 수밖에 없어 산정특례가 있다 해도 치료비 마련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암과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산정특례 기간은 5년인 반면 중증 화상 환자의 산정특례 기간은 1년이고 연장을 해도 최대 6개월만 가능하다.
중증 화상 환자들은 자신들의 피부를 ‘떡살’이라고 부른다. 피부 손상은 물론이고 땀샘기능이 상실돼 체온조절이 되지 않아 365일 피부는 바짝 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기 때문이다. 중증 화상 환자들은 보습제를 바르지 않으면 간지러움과 통증을 참아낼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습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 항의를 하니 담당자는 ‘보습제는 미용과 관련된 화장품이기 때문에 급여 지원이 불가능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주소영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화상치료에 사용되는 보습제가 미용으로 분류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보습제의 비급여 문제는 화상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급성기 화상 치료 후 발생하는 각종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전기ㆍ주사치료도 급여가 아닌 비급여”라며 “전기와 주사치료는 화상 부위 범위에 따라 1회 치료 시 5만~10만원 이상 환자가 부담해야 돼 환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중증 화상 환자들은 재활과정에서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화상으로 인한 용모 변화는 물론 가정 붕괴, 사회와의 단절 등 급격한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황세희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사회사업팀장은 “중증 화상 환자들 중에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며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재활치료와 함께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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