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민단 도쿄본부 부단장
“일본에서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는 사업을 하면서 공부에 대한 열정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23일 서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에서 호텔외식경영학과 졸업장을 받은 오영석(67)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 부단장은 “한식재단의 한식세계화 사업 당시 일본 지역을 담당하면서 김치 등 한국음식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싶었다”며 만학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날 일본 도쿄(東京) 요쓰야(四ツ谷)에서 만난 오 부단장은 “일본에서 김치사업을 하니까 이른바 김치박사가 되고 싶던 차에 제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권유를 받아 늦은 나이에도 2015년부터 공부에 도전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전역에 30곳, 한국에도 서울, 대구 등 4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영남대 화학과를 중퇴하고 1983년 패션공부를 위해 일본에 건너온 이후 1993년부터 김치와 한식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다고 한다.
일본에서 26년째 한국음식을 판매해 온 그는 김치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라고 강조했다. 1996년 요츠야에 한국음식 전문점 ‘처가방’을 개업하고 식당 1층에 33㎡ 규모의 김치박물관을 만들어 일본인들에게 다양한 김치를 소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4월에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 고마(高麗)진자 인근에 음식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약 1,350년 전 멸망한 고구려를 떠나 일본에 건너온 고구려인들이 정착한 곳이다. 그는 “고마지역 소학교와 도쿄한국학교에 다니는 한일 학생들이 한국 배추종자를 뿌려 수확한 뒤 김치를 만드는 행사를 시작한 지 4년 정도 됐다”며 “거기서 생산되는 배추로 ‘고마왕 김치’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김치 전도사’를 자임하는 그가 바라보는 최근 한일관계는 어떨까. 그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상륙과 일왕 사죄 발언 이후 혐한 바람으로 5년간 일본 내 35개 매장이 20개로 줄어들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금도 양국간 정치 공방으로 최악의 관계로 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3ㆍ1 운동 때는 항거만이 우리를 알리는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한국문화를 알리면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대”라며 “정치는 정치인들의 몫이고 민간에선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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