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아이를 잃은 박모씨가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60세를 기준으로 책정된 손해배상액을 65세로 높여 다시 계산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30년 만의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노동계, 산업계 등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 9명이 다수 의견을 냈고, 별개 의견을 낸 3명도 63세와 ‘60세 이상 포괄적 선언’ 등의 의견을 냈다. 사실상 전원이 연장에 찬성한 것인데, 그만큼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재판부는 “사회ㆍ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ㆍ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ㆍ개선되는 등 제반 사정이 현저히 변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육체노동 시장에서의 고령 인구 비중이 크게 증가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평균수명 증가와 법정 정년 연장, 국민연금 수급개시 시기도 근거로 제시됐다. 판결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노동 가동 연한을 65세 이상으로 상향하고 있는 외국 법원의 판결사례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은 최근 정부의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움직임과 맞물려 더 주목을 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노인 기준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을 공론화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지적했듯이 고령화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구조변화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나 다름없다. 노인 연령 기준 조정뿐 아니라 정년 연장, 노인 복지와 일자리, 청년 구직과의 관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불과 6년 뒤인 2025년부터 노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는 늦출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자칫 세대 간ㆍ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 개진과 토론을 충분히 거쳐 합리적 방법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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