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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살아남으려면… 감성보다 이성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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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살아남으려면… 감성보다 이성이 무기

입력
2019.02.21 16:44
수정
2019.02.21 21: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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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적 초조함을 이해합니다'. 글항아리 제공
'당신의 지적 초조함을 이해합니다'. 글항아리 제공

당신의 지적 초조함을 이해합니다

뤄전위 지음ㆍ최지희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400쪽ㆍ1만7,000원

돈이 걸린 프로스포츠는 종종 구설수에 휘말린다. 하지만 일본 씨름인 스모는 어느 스포츠보다 깨끗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데다 종교적인 색채가 짙어 부정한 일들은 낄 틈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괴짜 경제학’의 저자인 스티븐 레빗 시카고대 교수는 일본에 가지도 않고, 스모에 대한 믿음을 허물어뜨린다. 그의 무기는 데이터 분석이었다.

스모는 단에 따라 계급을 나눈다. 계급에 따라 돈과 명예가 천양지차다. 대회가 열리면 한 선수 당 열 다섯 경기를 치르고, 여덟 경기 이상을 이기면 승급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미 여덟 경기 이상을 이긴 선수 또는 여섯 경기만 이긴 선수와 일곱 경기를 이긴 선수가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이미 승급이 확정되거나 승급이 좌절된 선수가 한 경기에 따라 승급이 엇갈리는 선수에게 암암리에 거래를 제안할 수 있다. 레빗은 3만2,000개의 경기 분석을 통해 일곱 경기를 이긴 선수가 마지막 경기에서는 승률이 두 배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모는 깨끗하다는 인식을 깨기엔 충분한 분석이다. 경제학적 접근으로 사회의 일면을 들여다 본 사례다. 문과적 사고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쉬 생각해내기 힘든 방식이다.

디지털 급류를 타고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다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방법론은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의 스타 인문학 강사 뤄전위는 달리 생각할 것을 권한다. 레빗처럼 경제적 잣대로 사회현상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인과논리에 빠져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 좀 더 치밀하고 다면적인 방식으로 사회 현상을 들여다보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가 어떻게 됐으면 하는 ‘바람’보다 실제 벌어질 ‘사실’에 더 초점을 맞추라는 것.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미국에서 희귀 조류가 발견됐고, 서식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희귀 조류를 보호하려는 조치였으나 결국 희귀 조류는 멸종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땅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제한을 받을까 봐 희귀 조류를 보는 즉시 죽였기 때문이다. 희귀 조류를 보호하려는 바람은 허사가 되고, 희귀 조류의 절멸이라는 현실이 벌어진 것이다. 세상은 이상적인 바람만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도 될 만큼 좋은 가치는 세상에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DDT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가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로 20년 동안 2,000만명이 사망한 점을 예로 든다. 저자는 희귀 조류와 DDT 사례는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친 문과적 사고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본다.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과적 사고에 함몰되지 말고 이과적 사고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인다. 천생 문과생의 삶을 살았다면? “전문가를 믿으라.”

뤄전위는 “필사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혁신” “IQ를 믿지마라” “창조는 연쇄적인 활동” 이라는 주장도 한다. 요컨대 상식에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꾸준히 지식을 추구하며 살라는 조언이다.

잡다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뤄전위의 주장은 수많은 자기계발서 내용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력과 현재의 위치를 보면 무시할 수 없다. 방송 PD 출신인 뤄전위는 2008년 중국형 트위터 위챗에 지식커뮤니티 뤄지쓰웨이(羅輯思維ㆍ논리적 사고)를 개설해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한 후 거물이 됐다. 뤄지쓰웨이를 바탕으로 만든 어플리케이션 더다오의 사용자만 1,000만명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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