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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방 소멸 위기론을 보면서

입력
2019.02.2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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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표가 급한지 이번 정권도 전가의 보도로 토목을 빼들었다. 이른바 ‘예타’ 면제사업으로만 ‘22조+α’라는 막대한 규모의 돈이 앞으로 수년간 투입될 전망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국토균형발전이 이뤄져 지역 소멸의 공포가 사라지면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뜨고 내릴 전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 공항을 몇 개 더 만드는 것을 포함해 금방 밑천이 드러날 정책으로 지속 가능ㆍ균형 발전 한국사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쪼그라드는 지방과 반비례해 서울 등 수도권은 인구와 자원을 잡아먹는 기형 거인이 될 것이다. ‘되는 놈에게 몰아주는’ 70년대식 발전전략이 이제는 먹히지 않을 때가 훨씬 지났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각 분야의 이해관계가 지방으로의 분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전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지만 인구 비중은 50%가 넘는다. 서울보다 면적이 큰 대다수 군(郡)단위에는 5만~10만 명 정도가 살지만 서울 인구는 천만 명을 오르내린다. 서울에서 살기 어려우니 경기도와 인천으로의 이동이 있을 뿐 나머지 지역으로의 인구 분산 효과는 보기 어렵다. 타지역 사람들도 기회만 되면 ‘올라오려고’ 하는 현실에서 수도권을 벗어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아니면 밀려남 그 자체이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1.0 이하로 내려갔다는 추정만으로도 사회가 한때 떠들썩했지만 서울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은 인구 소멸위기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출산은 여성만이 할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인구소멸지수도 가임여성 중심으로 산출한다. 출생과 사망을 근거로 해당 지역에 사람이 살지 안 살지를 예측하는 지수다. 저출산ㆍ고령화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사회 상당수 지역이 인구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는 연구결과가 2018년 나온 이후(‘한국의 지방소멸’,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 브리프)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비율로써 인구소멸지수를 산출한다. 지수가 1.5 이상이 되면 소멸 위험 자체가 사실상 없다. 노인 인구보다 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 수가 50% 이상 많기 때문이다. 이 지수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지역의 인구 소멸 가능성이 생겨난다. 0.5 이하로 떨어지면 인구 소멸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0.2 이하가 되면 소멸 고위험 지역에 속하게 된다. 2018년 228개 시군구 중 89개(39%)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속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인구소멸지수는 출생과 사망으로써만 인구 변동을 예측한다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취학 등 요인으로 인한 사회적 이동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구소멸지수에서 오는 공포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매년 수십억 원의 돈을 출산장려금으로 날려보낼 것이 아니라 지역 특색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고 돌봄ㆍ교육 인프라를 구축하여 인구 유입을 촉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대기업 중심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마을 중심 일자리 창출, 대도시형 도시재생 사업의 접목이 아니라 지역 특색에 맞는 지역재생사업 관련 방안을 내놓고 있다. 1년에 몇 번 여는 지역축제의 개념을 벗어나 지역경제를 지속적으로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보육시설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거리와 건물이 가족친화적으로 개축되고 동네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확대된 사회적 돌봄의 개념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인구 유입이 시작되면 인구의 자연적 증가요인으로서 출산도 증가할 것이다. 수도권 인구가 삶의 질을 따라 지역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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