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에서 행인이 전동킥보드에 치여 사망하는 등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에 의한 사고가 늘어나면서 관련 보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수요가 생각보다 적고 손해율도 높을 가능성을 들어 이용자 개인을 상대로 한 상품 출시에 소극적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퍼스널 모빌리티에 특화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두 곳뿐이다. 이마저도 개인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퍼스널 모빌리티 판매업체와 협약을 맺고 기기 구매자 중 보험 가입을 원하는 이들에게 판매한다. 가입자는 탑승 중 사고로 인해 입은 손해나 타인에게 입힌 피해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출시된 지 1년 여가 지난 현재 대략적인 누적 판매건수는 현대해상은 4,300건, 메리츠화재는 800건으로 회사 측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기기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보험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선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 급증에 따라 한때 개인별 보험상품 판매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현재는 잠잠한 상황이다. 관련 보험이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보험사들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꼽는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운전면허 소지자만 운행할 수 있고 차도 통행과 보호장비 착용이 원칙이다. 이는 운전면허에 구애 받지 않은 채 주로 인도나 공원에서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는 이용자들의 현실과 거리가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면허가 없는 채로 운전했거나 인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용자 상당수는 상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도덕적 해이의 우려도 높다. 퍼스널 모빌리티 사고는 자동차 사고와 성격이 유사하지만 블랙박스 등 객관적 자료가 비교적 확실한 자동차와 달리 사고 상황을 증명하고 손해를 사정하는 절차가 어렵다 보니 가입자나 사고 당사자가 보험금을 과도하게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퍼스널 모빌리티와 성격이 유사한 자전거 사고 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상당히 높게 나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보험 출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관계자는 “퍼스널 모빌리티 사고가 늘면서 정부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일단 보험사와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며 “비회원사 가운데서도 보험 판매를 원할 경우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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