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논담] 이용섭 “뿌리산업 견실해야 미래산업 일궈… 광주형 일자리에 길 있다”

입력
2019.02.22 04:40
28면
0 0

 광주형 일자리 주역 이용섭 광주시장 “1600억대 추가 투자 유치 전망도 밝다” 

‘광주형 일자리’는 여전히 뜨겁고 민감한 이슈다. 2014년 6월 처음 기획된 이래 4년8개월 간의 진통과 2차례의 협약체결 무산 끝에 광주시와 현대차가 마침내 완성차 생산 합작법인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광주시와 현대차 투자지분은 자기자본의 각각 21%와 19%에 불과하다. 당장 나머지 60% 추가 투자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기업 경쟁력을 담보할 만한 경영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노동계 반발도 심상찮다. 현대기아차 노조와 민주노총 등은 이미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한 3년 투쟁’을 선언했다. 3년은 완성차 생산공장이 완공되는 2021년까지 남은 기간이다. 노동계는 향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진전될 때마다 총파업 등 모든 투쟁방법을 동원해 발목을 잡을 태세다.

무엇보다 임금을 인위적으로 낮춰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게 가장 큰 난관이다.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지 못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머지 않아 모래성처럼 소멸될 수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비단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반드시 성공시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제조업 황폐화와 일자리 고갈을 동시에 해결하는 전국적 솔루션(해결책)이 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의 첫 단추를 꿰는 데 성공했다는 안도감보다, 앞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궁극적 성공을 일궈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큰 것 같았다. 이 시장과 광주형 일자리의 의미와 현황, 시비와 기대 등에 관해 대화했다.

이용섭(왼쪽) 광주광역시장은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일자리 해결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꿀 가치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이용섭(왼쪽) 광주광역시장은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일자리 해결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꿀 가치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광주시와 현대차가 완성차 생산 합작법인 투자협약을 체결해 ‘광주형 일자리’가 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자동차 생산까지 남은 주요 과제와 난관은.

“상반기에 신설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공장 건설을 착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합작법인 자기자본 2,800억 원 중 광주시와 현대차 투자분 1,120억 원을 뺀 1,680억 원에 대한 투자유치에 속도를 내려 한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은 우리 경제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라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또 글로벌 브랜드인 현대차가 2대 주주로 참여해 기술을 제공하고 판매까지 책임진다. 출자자 모집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본다. 노동계 일각의 우려와 반대가 있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국민적 기대를 받고 있다. 국민을 이기는 노조는 없다고 본다. 제일 중요한 건 신설 법인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다.”

-새 공장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만들어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다.

“전기차, 수소차로 가는데 내연기관 자동차, 그것도 경형 SUV가 타당하냐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 수소차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다. 반면 1,000cc 미만 SUV는 새 시장이 있다고 본다. 현대차가 그 동안 경차를 생산하지 않은 건 경차가 가격이 낮아 인건비를 감당할 수익이 안 됐기 때문인데 우리는 초임 3,500만 원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된다. 또 경형 SUV는 품질과 가격이 좋은 우수 제품이 나오면 국내는 물론 동남아 등에서도 유효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이후 시장 변화에 맞춰 친환경차 등 미래형 자동차 생산 쪽으로 진화하면 된다.”

-광주시와 현대차 지분을 제외한 자기자본 60%에 대한 투자 유치계획과 전망은.

“정식으로 공모할 거다. 우선 부품 업체들의 참여 의사가 많다. 지역과 중앙에 있는 부품업체들. 부품업체들의 투자는 광주지역 부품 생산공장 신설과도 연계된다.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자본금 2,000억원 규모의 부품공장 신설 기대가 있다. 게다가 공공기관이나 재무적 투자자들도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유치 전망은 밝다고 본다.”

-광주형 일자리 협약체결 성공의 사회ㆍ경제적 의미가 뭐라고 보나.

“지자체 주도의 노사 상생형 모델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아우토 5000’을 얘기하지만 그건 지자체가 주도한 게 아니라 폭스바겐이라는 회사가 노동계에 제안한 거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민과 정부까지 참여한 대타협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에 1만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해결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도다. 23년 만의 국내 자동차 공장 신설 아닌가.”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해결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했는데, 임금을 낮춰 기존 제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산업 성숙도에 걸맞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궈내는 게 경제 체질 개선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이나 산업 고도화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절실하다. 미래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첨단 금융 등 미래산업으로의 이행을 도외시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미래형 고부가 산업이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전통 제조업이 먼저 황폐화함으로써 생기는 일자리 위기 등 ‘과도기적 간극’을 광주형 일자리 같은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자는 얘기다. 제조업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뿌리산업이다. 뿌리산업이 견실해야 미래 산업도 일굴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사회적 지원이 결집돼야 할 이유다.”

-협약 체결엔 지역 노동계가 광주시에 협상 전권을 위임한 게 분수령이 됐다. 전권 위임 막전막후를 말씀해 달라.

“결국 기업과 노동계의 신뢰 부족 해소가 관건이었다. 제가 협상 단장을 맡아 양쪽을 조율하며 신뢰를 쌓도록 했다. 상생협의 결정사항을 누적생산 대수 35만대까지 한다고 하는 것은 법적으론 임단협이나 이런 데 영향을 못 미친다. 노동계를 설득해 현대차 주장대로 35만대 될 때까지는 못 바꾸게 했다.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노동조합 활동이나 임단협에 관한 내용은 부속 결의서에 별도로 보완해 양쪽 이해관계를 다 맞췄다. 그리고 가시적인 경영성과, 예를 들어 부채를 많이 갚았다든지 이런 게 있으면 중간에 바꿀 수 있게 해놨다. 그게 광주시에 있는 노사민정협의회에서 하는 거다. 이런 신뢰의 틀이 작동한 셈이다.”

-현대차 글로벌 생산량은 약 800만대. 지난해 판매량보다 이미 약 200만대 많다는 평가다. 과잉 설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정치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전체 판매량과 생산능력을 단순 비교해 설비 과잉을 얘기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설비조정이 필요하다 해도, 잘 팔리는 차종의 생산라인은 더 증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형 SUV는 현대차가 처음 시도하는 차종이고 시장성도 있다고 판단된 것이다. 다른 쪽의 과잉설비를 조정하는 것과 별도로, 유효한 설비가 될 것이다. 현대차 투자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랬다면 대통령 참석까지 예정된 협약 체결을 두 번씩이나 무산시켰겠나. 투자가치가 있어 투자한 것이라고 본다.”

-과거 폭스바겐 독립 자회사 ‘아우토 5000’은 폭스바겐이 100% 주주였다. 그에 비해 광주 완성차 합작법인은 현대차 지분 19%외엔 광주시 및 산업은행 등 타인 자본으로 구성된, 사실상 관주도형 공기업 성격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노사민정으로 이사회 구성을 검토한다는 얘기에도 우려 섞인 시각이 있는데.

“관 주도는 옛날로 치면 관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자체가 제안했지만 노동계와 기업에 신뢰를 준 것이지 힘을 행사한 건 아니다. 산업은행 같은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도 기본적으로는 수익성 평가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이사회를 노사민정으로 한다는 건 아니다. 신설법인이 설립되면 주주들이 협의해 결정할 문제다. 다만 저는 노사 상생 기업으로 가야 지속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엔 ‘노사 공동 책임경영’이라는 게 있다. 물론 투자자가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의 얘기가 돼야겠지만.”

-합작법인 근로자의 낮은 임금 보전을 위해 주택 교육 복지 등을 지원키로 했다. 근로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임금 보전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인지.

“임금 보전이라기보다 사회적 임금이다. 행복주택, 공공임대주택이 지원되고, 개방형 체육관과 어린이집 같은 주거ㆍ복지지원이 제공된다. 합작 자동차 법인 근로자뿐 아니라, 빛그린산업단지 내 기업은 다 혜택을 본다. 자동차 법인의 경우, 기업이 주는 임금은 연봉 평균3,500만 원이지만 사회적 임금을 감안하면 삶의 질은 기존 현대차 직원 평균 삶의 질 못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임금 수준이 근로자 개인당 어느 정도가 될지는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대강의 수준도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양해해 달라.”

-현 정부 초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일자리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일자리 상황 타개를 위한 제안이 있다면 말해달라.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꾸준히 일자리 창출 기반을 구축해 왔으나 정책시차(Policy Lag)와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 단축 등의 부작용이 가중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등의 속도를 조절하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기반을 다져가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전 산업으로,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가면서 노동시장을 혁신해 가면 일자리 사정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터뷰=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