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예인이 군대에서 ‘순삭’을 ‘순살’로 잘못 이해했다고 하여 한동안 화제였다. 동기가 ‘오늘 순삭되었다’고 했는데, ‘나는 순살 말고 뼈 있는 거 좋아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순삭’은 ‘순간 삭제’의 줄임말로 ‘순식간에 사라지다’라는 뜻이다. 게임에서 눈 깜짝할 새 상대방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처음 쓰였다. 지금은 ‘2시간이 너무 순삭이었다’, ‘전자책은 정말 순삭 가능해요’, ‘옷 사고 화장품 사니까 20만원 순삭...’, ‘떡볶이, 감튀, 고기가 순삭’처럼 시간, 물건, 돈, 음식과 관련해 잘 쓰인다.
‘순삭’ 같은 줄임말은 ‘남친’(남자 친구), ‘여주’(여주인공), ‘인싸’(인사이드), ‘학식’(학생식당), ‘갑분싸’(갑자기 분위가 싸해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아주 많다. ‘남친’, ‘인싸’는 개방형 인터넷 한국어사전 ‘우리말샘’에도 실렸다. 줄임말은 복합적인 뜻을 간결하게 표현하여 언어 경제성에서 유리하다. 일상어에 없는 표현이라 재미를 준다. 끼리끼리 함께 쓰게 되면 친밀함과 유대감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줄임말은 처음 보면 이해가 쉽지 않아서 뜻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소통의 어려움이 적지 않다. 주로 젊은 누리꾼들이 새말을 만들고 즐겨 쓰기 때문에 나이 든 세대들은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젊은 세대라고 해도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다.
언어생활에서 인터넷의 비중이 아주 높은 만큼 인터넷 새말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새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즐겁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적극 배우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누구든 배우지 않고 빛처럼 빠르게 바뀌는 새 시대, 새로운 언어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는가?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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