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그 많던 치킨은 누가 다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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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그 많던 치킨은 누가 다 먹었나

입력
2019.02.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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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 영화 '극한직업' 제작 뒷이야기]

 영화 위해 살신성인한 치킨 463마리 

 스태프들 먹고 또 먹고... 집에 싸가고 

 체중 빼던 류승룡은 입에도 안대 

 뼈와 살 분리해서 버리느라 곤욕 

 맛 구현에는 프랜차이즈 아닌 

 푸드트럭 업체 요리사들이 도움 

영화 ‘극한직업’을 보고 있으면 노릇노릇 맛있게 튀겨진 치킨이 먹고 싶어진다. 극장을 나서며 곧장 치킨집으로 향했다는 관객 후기도 많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왜 자꾸 장사가 잘 되는 건데!” 마약사범을 잡으려고 형사들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대박 났다. 소문난 맛집에 손님 몰려들 듯 영화 ‘극한직업’을 보려는 관객들로 한동안 극장가가 북적거렸다. ‘극한직업’은 ‘신과 함께-죄와 벌’(1,441만1,502명)을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데 이어 1,500만 고지도 22일 돌파했다. 영화계에선 “왜 자꾸 흥행이 잘 되는 건데”라며 부러움 섞인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극한직업’ 흥행의 일등 공신으로 ‘치느님’(치킨+하느님)이 빠질 수 없다. 주 메뉴인 왕갈비 치킨 249마리를 비롯해 후라이드 치킨 106마리, 생닭 88마리, 그외 다양한 치킨 20마리까지 총 463마리 치킨이 영화를 위해 살신성인했다. 그 많던 치킨은 누가 다 먹었을까. 정말 치킨에서 갈비 맛이 날까. 제작사 어바웃필름의 김성환 대표와 이종석 프로듀서에게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 개발자는 절대미각을 지닌 마 형사(진선규)다. 시나리오 초고에선 치킨집 아들이었는데, 30년 전통 수원왕갈비집 아들로 바뀌었다. 각색을 맡은 배세영ㆍ허다중 작가의 아이디어다. 두 작가의 작업실이 수원에 있었고, 수원의 명물인 통닭과 갈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수원왕갈비통닭이라는 신메뉴를 떠올렸다. 마약반 리더 고 반장(류승룡)의 명대사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도 그렇게 탄생했다.

진선규는 촬영 전 한 달간 요리학원에 다니며 닭 발골과 닭 튀김 등을 배웠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진은 왕갈비통닭의 맛을 구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제작 지원을 받으려고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제작비를 아끼려는 생각에 제작진이 직접 소갈비 양념을 사다가 요리도 해 봤다. 결국엔 영화 ‘염력’에 참여했던 푸드트럭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푸드트럭 업체의 전문 요리사들이 촬영장에 상주하며 치킨을 튀겨냈다. 배달용 포장 박스는 제작진이 해당 업체에서 브랜드 사용 허가를 받고 구매했다. 이 프로듀서는 “광고 모델이 인쇄돼 있지 않은 박스를 구하느라 발품깨나 들였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촬영 전 한 달 동안 요리학원에 다니며 재료 다듬기부터 야채 썰기, 닭 발골, 닭 튀김 등을 배웠다. 집에서도 생닭으로 발골을 연습하고 그 닭으로 닭볶음탕과 닭찜 등 각종 닭 요리를 만들어 가족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은 진선규는 영화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양파 손질을 전담하는 막내 형사 재훈을 연기한 공명도 틈틈이 양파 다듬기와 양파 썰기를 연습하며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촬영장엔 항상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전체 촬영 분량이 70회차였는데 25회차가량 치킨이 등장한다. 처음엔 현장 스태프들이 치킨을 나눠 먹고 집에 싸 가기도 했지만 나중엔 냄새만 맡아도 질릴 지경이 됐다. 남은 치킨을 버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뼈는 일반 쓰레기, 살은 음식물 쓰레기라서 스태프가 매번 뼈와 살을 따로 발라내서 버려야 했다.

치킨의 유혹에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류승룡과 제작자다. ‘염력’에서 찌운 체중 12㎏을 뺀 류승룡은 몸 관리를 하느라 치킨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김성환 대표는 “촬영 소품을 먹으면 운수 없다는 충무로 속설이 있다”며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다”고 웃었다.

촬영 장소가 포털사이트에 실제 치킨집으로 잘못 등록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관객들이 장난스럽게 업체 후기(아래)를 남기기도 했다. 지금도 주소를 로드뷰로 검색하면 수원왕갈비통닭 간판이 달린 가게(위) 나온다. 포털사이트 다음 캡처

수원왕갈비통닭 가게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차렸다. 문방구였던 곳을 빌려서 치킨집으로 리모델링했다. 촬영장이지만 떡 하니 간판이 달려 있고 내부도 장사하는 곳처럼 꾸며져 있어서 실제 치킨집으로 착각하고 손님이 온 적도 있다. 밤에 취객이 찾아와 돌려보내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의 지도 페이지에 ‘수원왕갈비통닭 본점’이라고 업체 등록까지 돼 있었다. 호기심에 상호명을 검색했다가 이 사실을 발견한 관객들이 실제 손님인 것처럼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류승룡 사진과 함께 ‘사장님이 친절하다’는 댓글도 올라왔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장사가 안 되게 하려고 치킨 가격을 3만6,000원으로 올린 데서 착안해 ‘너무 비쌌지만 그냥 먹을 만했다’는 익살맞은 반응도 있었다. 현재는 오류가 수정됐지만 촬영 장소의 주소를 로드뷰로 검색하면 여전히 수원왕갈비통닭 간판이 달린 가게가 나온다. 지난해 여름 영화 촬영이 끝날 무렵 로드뷰에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 자리엔 문방구가 다시 영업을 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종종 찾아온다고 한다.

‘극한직업’은 극중 대사처럼 “목숨 걸고 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함박 웃음을 선물했다. 영화 흥행과 함께 치킨 판매량이 급증했다. 갈비 맛 치킨을 판매하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극한직업’ 개봉 이후 해당 메뉴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고 밝혔다. 수원 통닭 거리에서도 왕갈비통닭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김 대표와 이 프로듀서는 “수원 통닭 거리에 왕갈비통닭이 다시 출시됐다고 해서 나중에 스태프들과 함께 먹으러 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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