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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에 대해 묻다] 10억원 줄테니 반려견 팔라고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19.02.22 14:00
수정
2019.02.22 19: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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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릉의 애견 판매점에서 강아지를 구매한 여성이 환불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아지를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생후 3개월짜리 강아지가 “똥을 먹는다”는 이유였다.

반려견을 고층 아파트에서 던지고, 빈 집에서 굶어 죽도록 방치하고, 차에 매단 채 달리는 등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동물보호법이지만, 어쨌든 현행법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동물학대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법정 최고형이 2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됐지만 동물학대로 징역형을 선고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부산에서 300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를 잡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은 ‘나비탕‘ 업자에게도, 운영하던 애견 판매점의 경영이 어렵다고 80마리에 달하는 강아지들에게 사료를 주지 않아 굶겨 죽인 업주에게도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여전히 미약한 처벌기준 강화만큼 사법부의 엄중한 집행이 절실한 이유다.

동물학대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의 동물의 위치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동물을 쉽게 번식시키고 아무데서나 사고 파는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물이 생명이 아닌 물건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마음이 변하면 쓰다 버리는 물건처럼 버려지고, 분풀이로 집어 던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강아지 공장’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면서 지난해 반려동물 생산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했지만, 허가 기준을 보면 개ㆍ고양이 75마리 당 1명의 인력을 고용하도록 하는 등 여전히 대량 사육 자체를 허용하는 구조다. 판매는 누구나 등록만 하면 할 수 있다.

충남 홍성의 한 개농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강아지들이 최근 구조됐다.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제공
충남 홍성의 한 개농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강아지들이 최근 구조됐다.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제공

반면 영국은 올해 1월부터 생후 6개월 이전 개와 고양이는 어미개의 사육자가 아닌 제3자가 판매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동물판매업소에서는 오직 구조된 유기동물만 판매할 수 있도록 최근 법이 바뀌었다. 설사 상업적 판매를 허용하는 국가라고 해도 수백 마리가 넘는 대규모 번식시설은 대부분 불법화되어 있다.

농림부도 최근 반려동물 생산ㆍ판매업 관리를 강화하고 미허가 영업장에 대한 벌금도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관리 강화도 중요하지만 단계적으로 반려동물 대량 생산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 인식의 변화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줄 테니 개를 팔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반응을 보는 일종의 ‘몰래카메라’를 본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팔 수 없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 대답은 “내 반려견은 가족이기 때문”이었다.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는다면 강아지 공장도, 펫숍도, 동물학대 사건도 줄어들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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