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1,200달러(135만원)에 달하는 총격범 탐지 센서를 사무실 천장이나 복도에 설치하는 미국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유사시 총기 발포가 감지되면 즉각 범인을 특정하고 경찰과 직원들에게 알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인데, 대부분 직원 몰래 설치돼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이 같은 탐지 센서를 설치하는 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의 켄터키 공장, 글로벌 제약회사 엘러간 등 여러 회사와 공장에서 대당 1,200달러인 센서를 최소 1만달러에서 많게는 수십만 달러을 들여 대량 구입해 식당, 회의실, 물류센터 등 건물 곳곳에 설치했다. 덕분에 관련 센서를 취급하는 미국 최대업체인 ‘슈터디텍션시스템즈’의 매출이 지난해 400%나 상승했다.
사무실에 총격 대응 시스템이 구축되는 이유는 최근 몇 달간 캘리포니아 유튜브 본사, 메릴랜드 신문사 등 다양한 업종의 직장에서 총격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탓이다. 가장 최근에는 15일 일리노이주 오로라의 공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총격범 색출 시스템을 설치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정보기술(IT) 업체 ‘랙스페이스’의 담당자는 “금속탐지기를 문마다 설치하거나, 보안요원들이 매번 직원을 수색할 수 없는 만큼 센서 설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직원들에게 “실내 공기 질을 감지하는 센서라고 말했더니, 더 이상 의심조차 않았다”고 덧붙였다.
총격범 색출 센서들은 벽과 천장에 잘 숨어 있고, 화재경보기와 비슷하게 생겨서 눈에 띄지 않는다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비밀 설치에 따른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본래 전쟁터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이 센서는 음향 및 적외선 기술을 이용해 총기 발포를 감지한다. 총격이 감지되면 경찰에 자동으로 신고하고, 직원들에게 문자나 전화, PC 알림 등을 통해 대응 방법을 알려준다. 또 카메라 시스템과 연결해 총격범의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경찰에 진압을 돕도록 위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24시간 직장 내 소리를 감지하는 이 센서를 통해 사생활 및 기업관련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센서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총격 사태 발생시를 대비한 대응 훈련의 강도를 높이거나 방탄 유리나 잠금장치 등을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냐는 얘기다.
한편 이런 우려에도 불구, 시스템을 채택한 회사들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뉴욕 맨해튼의 대형 오피스 빌딩 55 워터 스트리트의 관리자 스콧 브릿지우드는 “실제로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 누가 침착하게 119를 부르겠느냐”며 “그 시간에 대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로비와 엘리베이터에 설치하는데 10만달러가 투입됐는데, 앞으로 더 설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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