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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눈치 보는 정부… 헬스케어 가이드라인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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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눈치 보는 정부… 헬스케어 가이드라인 감감무소식

입력
2019.02.21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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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헬스케어 시장 규모.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내 헬스케어 시장 규모. 그래픽=박구원 기자

40대 김모씨는 지난해 A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건강관리(헬스케어)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앱)과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하고 일정 수의 걸음을 걸으면 상품권을 지급 받는다. 건강을 챙기면 보험료가 절감되는 셈이다. 김씨는 적합한 운동이나 식단을 추천 받는 등 보다 진전된 서비스를 원하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이런 서비스를 위해선 헬스케어 업체나 보험사에서 김씨의 건강 정보를 제공 받아야 하는데 이는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핵심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이 정부의 소극적 태도 탓에 서비스 제공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헬스케어 상품에 합법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진행 중인 당국의 유권해석이 10개월째 지체되는 가운데, 정부가 헬스케어를 영역 침범으로 간주하는 의료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헬스케어 합법화 열 달째 무소식 

20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헬스케어 상품 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건강관리 서비스가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는 의료인(의사, 간호사)만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헬스케어 상품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며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 산하에 민관 합동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위원회를 설치하고 유권해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까지 유권해석은 물론이고 이에 근거한 가이드라인까지 내놓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복지부는 여태 유권해석도 내놓지 않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용자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이용해 생활습관 개선을 안내하거나 병원 방문을 권하는 등 맞춤형 홈케어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불법 의료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헬스케어 업체 임원은 “현재는 의료법 위반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건강정보 제공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보험사 입장에서 헬스케어는 시장 포화, 저출산ㆍ고령화 등에 따른 영업난을 타개할 기대주다. 헬스케어 상품 출시가 자유로워지면 건강검진과 예방 활동에 적극적인 고객에게 유인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판로를 넓히고 보험금 지출도 줄이겠다는 것이 업계의 복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료계 반발에 부처간 엇박자도 

주무 부처 간 입장 차이는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의 또 다른 걸림돌이다.

금융당국은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헬스케어 서비스를 둘러싼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7년 11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당시 금융위는 보험사에 상품개발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한 보험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헬스케어 상품과 관련해 보험업계의 애로사항을 꾸준히 수렴하고 있다”며 “일정한 시기가 되면 공통적으로 지적된 금융 규제를 손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때문에 헬스케어 관련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업계와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 조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의료계 의견을 감안하는 것은 맞지만, 눈치를 보느라 유권해석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별 사례에 대한 유권해석과 의료법 저촉 여부를 판단해 줄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영양관리 △운동 △음주ㆍ금연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우선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업계의 고충을 알고 있기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결과물이 나올 시점을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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