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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할머니ㆍ할아버지 854명 문해교육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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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할머니ㆍ할아버지 854명 문해교육 이수

입력
2019.02.20 14:46
수정
2019.02.20 19: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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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854명 “배움이 곧 행복”

지난해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에서 초등과정을 공부 중인 학생들. 이들에게 배움이란 곧 행복이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에서 초등과정을 공부 중인 학생들. 이들에게 배움이란 곧 행복이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친구들이 교복 입고 학교 가는 모습을 보면 그게 얼마나 부럽고 슬프던지요.”

배우지 못했다는 한(恨)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졌다. 이복희(85)씨에게도 그랬다. 6ㆍ25 전쟁이 남긴 지독한 가난은 할머니 나이 70대 중반이 돼서야 배움을 허락했지만 이씨는 “이명이 심해 선생님 말씀을 놓칠 때는 속상해도 공부한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며 웃는다. 이씨는 서울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21일 졸업한다.

서울시교육청이 21일 오후 서울서초구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여는 ‘2018학년도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 이수자 졸업식’에는 이씨를 포함한 만학도 854명이 참석해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다.

문해교육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들에게 읽고 쓰는 능력을 가르치고 초∙중 학력 취득까지 돕는 교육프로그램이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이 전국 시∙도 교육청 중 처음으로 실시해 지난해까지 3,85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병고도 배움을 향한 갈망을 꺾지 못한다.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초등과정을 이수한 허인순(69)씨는 수업 중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항암치료가 없는 날은 반드시 수업에 참여했다. 허씨는 투병의 고통을 ‘힘내라 허인순’이라는 시로 그려내 서울시 평생학습 축제에서 아름다운 시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씨에게는 “공부하는 시간이야말로 곧 치료제”였던 셈이다.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에서 초등과정을 마친 김기남(77)씨는 “할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손자의 말 한 마디에 입학을 결심했다. 이제 살 만큼 살았는데 무슨 공부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던 할머니에게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배우면서 재미를 느끼고 행복해지는 거예요”란 손자의 응원은 가장 큰 힘이 돼 줬다.

올해 최고령 졸업생은 영등포구청의 이순섬(92)씨다. 이씨는 우수 학습자로도 선정돼 교육감 표창도 받는다.“90세, 100세가 되어도 책상에 앉아야죠.” 이들 모두의 바람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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