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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그린 모래 그림, 사라지는 게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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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그린 모래 그림, 사라지는 게 매력"

입력
2019.02.21 04:40
수정
2019.02.21 13:56
27면
0 0

[인터뷰] 27일 ‘무빙샌드아트’ 공연 앞둔 박은수씨

샌드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이는 모래 그림은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정교하게 그린다. 박은수씨는 “공들인 그림을 매번 지워야 하지만, 그 아련함이 샌드 아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은수씨 제공
샌드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이는 모래 그림은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정교하게 그린다. 박은수씨는 “공들인 그림을 매번 지워야 하지만, 그 아련함이 샌드 아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은수씨 제공

조명 켜진 투명한 판 위에 모래가 흩뿌려진다. 손길 몇 번이 스치자 모래는 해가 되었다가 달이 되었다가,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된다. 음악에 맞춰 모래로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샌드 애니메이션(Sand animation)’이 국내 알려진 건 2002년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헝가리 출신 미술가 페렌카코가 샌드 애니메이션 작품을 출품하면서부터다. 이제 텔레비전, 영화, 콘서트, 전시 등 다양한 문화 분야와 협업을 선보이며 일반에도 익숙해졌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샌드 애니메이션만 전문으로 하는 이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2003년 페렌카코의 첫 내한 공연을 직접 챙겨봤던 박은수(48)씨는 10여년 후 국내 손꼽히는 샌드 아티스트가 됐다. 전인권, 양희은 등 가수들의 콘서트 오프닝 영상 비롯해 공중파, 종합편성채널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도 샌드 아트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박씨는 “범죄 재현 장면부터 선거 홍보물 등에 두루 쓰인다. 희망을 새싹으로 표현하거나, 충격적인 장면을 번개로 그리는 등 추상적인 비유가 필요한 장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2016년 1인 기획사로 차린 ㈜샌드공감을 5월 국내 1호 ‘샌드 아트 전문기획사’로 확장할 계획이다. 샌드 아티스트를 영입해 공연, 영상 등으로 활동 분야를 세분화하고 전문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샌드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이는 모래 그림은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정교하게 그린다. 박은수씨는 “공들인 그림을 매번 지워야 하지만, 그 아련함이 샌드 아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은수씨 제공
샌드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이는 모래 그림은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정교하게 그린다. 박은수씨는 “공들인 그림을 매번 지워야 하지만, 그 아련함이 샌드 아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은수씨 제공

박씨가 샌드 애니메이션에 입문한 건 2009년, 전문가로 활동을 시작한 건 놀랍게도 이듬해 한 방송사 영상공모에 수상하면서부터다. 공모전 수상 후 다큐멘터리, 대국민홍보영상물 등에 삽입되는 샌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샌드 아트 강사로도 활동했다. “귀에서 모래가 나올 정도로 매달리며” 샌드 아트에 몰두한 비결은 잇따른 취업 실패를 경험한 ‘경력단절여성’란 현실이었다고. 박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못한 아쉬움을 결혼 후 의상디자인, 메이크업, 홈패션 등을 배우며 달랬지만, 사회에 나와 보니 현실은 냉정했다. 잇달아 취업에 실패했던 찰나 샌드 아트를 알게 됐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라이트 박스’로 불리는 불켜진 투명한 판 위에서 쥐는 모래의 따뜻한 감촉과 ‘찰나의 예술’이 지닌 기분 좋은 긴장감과 아련함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샌드 아트는 크게 영상과 공연, 두 장르로 나뉜다. 통상 3분 가량의 영상물은 10~12장의 그림을 그리는데, 편집이 가능해 정교한 세밀 묘사가 특징이다. 즉석 공연은 10분에 10장 가량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상물보다 덜 정교한데다, 즉석 공연 특성상 변수도 많다. 박씨는 “공연은 그림을 간소화하면서도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두 장르를 결합해 미리 정교하게 그린 샌드 애니메이션을 영상으로 찍고, 그 위에 즉석 그림을 그리는 ‘무빙 샌드 아트’를 선보이기도 한다.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르간 오딧세이’에서 최첨단의 샌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오르가니스트 박준호의 연주에 맞춰 파이프 오르간의 기원과 당시 로마의 풍경, 오르간 작동원리 등이 정교한 모래 그림으로 소개된다. 박 대표는 “회화적인 요소에 어울리는 배경음악, 영상효과, 편집기술 등이 전부 필요한 종합예술이다. 이번 공연에서 최첨단의 샌드 애니메이션 기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드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이는 모래 그림은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정교하게 그린다. 박은수씨는 “공들인 그림을 매번 지워야 하지만, 그 아련함이 샌드 아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은수씨 제공
샌드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이는 모래 그림은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정교하게 그린다. 박은수씨는 “공들인 그림을 매번 지워야 하지만, 그 아련함이 샌드 아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은수씨 제공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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