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라인 공매 포털 ‘온비드’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브랜드 ‘위블로’의 ‘빅뱅 18k’가 등장했다. 모델별로 가격 차이는 있지만 국내 매장가가 대략 3,000만~4,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시계가 서울중앙지검에 압류돼 공매에 부쳐진 것이다. 낙찰가는 1,927만원. 중고가로도 최소 2,200만원대에 거래되는 상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게 판매된 셈이다.
캠코가 운영하는 온비드가 명품이나 귀금속을 시세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재테크의 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공공기관 보증 아래 정품만 판매되고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입찰에 나설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20일 캠코에 따르면 지난해 온비드에서 명품이나 귀금속이 포함된 ‘물품’은 6,500건 이상 낙찰됐다. 낙찰 건수 기준으로 온비드에서 거래된 동산(動産) 가운데 37%, 부동산을 포함한 온비드 전체 거래 자산 중 8%를 차지한다. 입찰 경쟁률은 4.6대 1이었다.
온비드에 올라오는 명품은 국가가 부과한 세금이나 추징금 등을 내지 않은 체납자의 물건을 정부가 압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직자가 해외에서 받은 10만원 이상 선물 또한 공직자윤리법상 국가 환수 대상으로 규정돼 온비드를 통해 매각된다. 드물지만 지하철 등 공공장소 유실물도 일정 기간 소유주를 찾지 못하면 온비드에서 처분된다.
온비드에서 공매되는 명품은 다양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낙찰된 품목 중엔 로렉스 데이데이트 18k 시계(낙찰가 1,452만8,000원), 샤넬 캐비어 그랜드 샤핑 가방(161만7,000원), 불가리 목걸이(5,55만원), 에르메스 지갑(221만원) 등이 포함됐다. 귀금속의 경우 1kg 골드바가 4,575만원에 팔렸는데, 현재 금값으로 환산하면 시가로 5,000만원을 넘는 품목이다. 1캐럿 다이아몬드 원석도 1,420만원에 낙찰됐다.
나용주 캠코 온비드사업부 팀장은 “공공기관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간 거래와 달리 위조품이 없고, 유찰이 되면 가격이 대폭 내려가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입찰이 진행되는 법원 경매와 달리 온비드는 온라인을 통해 입찰이 이뤄져 일반인들도 참여하기 쉽다. 매각 속도 또한 경매에 비해 빠른 편이다. 이런 장점 덕에 지난해 온비드 공매 입찰자 수는 19만명에 달했다.
입찰에 나설 때 따져볼 점도 있다. 낙찰자로 선정되면 잔금을 기일 내에 납부하고, 매각을 진행하는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지정된 물품 보관소에서 낙찰 물품을 찾아야 한다.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건을 수령해야 할 경우 시간과 교통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나 팀장은 “공매 공고문에 낙찰 이후 수령 절차가 명시돼 있는 만큼 꼼꼼히 확인 후 입찰에 참여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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