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분자들의 놀이터 돼선 안돼” 중진들도 우려
자유한국당 2ㆍ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행되는 합동연설회가 ‘태극기 부대’의 집단행동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간판을 뽑는 전당대회인데 ‘보수 통합’이 화두가 되기는커녕 태극기 부대의 세 과시만 주목 받으며 당의 극우화까지 언급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대를 계기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던 당 지도부는 역컨벤션효과까지 거론되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가장 먼저 공개 우려를 표한 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19일 오전 ‘열린 토론, 미래: 대안 찾기’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우리 당이 그런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전날 대구ㆍ경북(TK)지역 합동연설회장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 2,000여명이 ‘5ㆍ18 폄훼 3인방’의 당 윤리위 회부를 결정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상에 오르자 “내려와”, “빨갱이”라고 외치며 야유를 보낸 소동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들은 김진태 의원과 당권을 놓고 겨루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연설할 때도 “김진태”를 외치거나 야유를 보내 연설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난 14일 충청ㆍ호남권 1차 합동연설회장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전대를 계기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당내 세력화를 시도하는 태극기 부대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홍준표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2017년 7ㆍ3 전대 당시 16만명에 불과했던 책임당원이 1년 반 만에 32만여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출당으로 당을 떠났다가 돌아온 태극기 부대라고 추정할 뿐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책임당원 숫자가 8,000여명 증가했는데 이들이 태극기 부대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의원 측이 지난달 23일 출마 선언을 할 당시 “3만명의 지지자가 입당 뒤에 팩스를 보내거나 당원가입 화면을 보내줬다”고 밝히면서 태극기 부대의 ‘조직적 입당설’이 돌았지만 이 역시 당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조직적 입당은 선거철마다 자주 있는 현상이고 입당 원서에 태극기 부대라고 적지 않는 이상 실무적으로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전대에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책임당원 자격 요건을 갖추려면 적어도 지난해 10월에 가입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극기 부대가 전대를 장악하는 모양새가 되자 당 지도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 선관위도 당원인 이상 태극기 부대의 연설회장 출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해도 비슷한 현상이 장외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일부 걱정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충분한 자정능력으로 당이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 부대 지원을 받는 김진태 의원 역시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어제 연설회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 있는 응원을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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