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환경부 압수수색에서 컴퓨터에 든 장관 전용 폴더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 ‘산하기관 임원 조치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문건에는 사표 제출 거부 산하기관 임원 업무추진비 감사, 거부 시 고발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 조사에선 “김 전 장관이 보고도 받고 지시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니 환경부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제기됐다. 당시 환경부는 “문건을 만든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 “김 전 수사관 요청에 따라 동향 파악 자료를 만들어 준 적은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문건을 보면 그 말조차 믿기 어렵게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청와대와 무관하게 이뤄질 수 있었겠냐는 의문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산하기관 일괄 사표를 청와대와 상의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임명 권한은 사실 제게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련성을 부인하지 않은 답변이다. 당초 김 전 수사관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런 문건을 보고받은 적도, 지시받은 적도 없다”고 했던 청와대의 해명이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을 닫아 의심은 더욱 커졌다.
정권이 바뀌면 가치와 성향이 다른 공공기관장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관행으로 치부돼 왔다. 이전 정부에서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는 건 미뤄 짐작하는 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공기관의 주요 인사들을 억지로 쫓아내거나, 심지어 뒷조사로 압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 DNA’를 내세우려면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더 이상 이런 구태와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와 함께 청와대, 환경부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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