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2명 중상 3명… 60여명 연기흡입 부상
대구 도심의 한 상가아파트에 있는 사우나에서 불이나 6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불 난 사우나 위층 5~7층의 아파트 107세대에는 2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하마터면 초대형 참사가 일어날뻔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7시11분쯤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7층 상가아파트 4층 대보사우나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65명이 연기흡입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에 분산돼 치료 중이다. 중상자 중 1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2명은 모두 남탕에서 발견됏다.
불이 나자 대구소방안전본부는 대응 1단계를 선포하고 소방관 159명과 펌프차 등 소방장비 58대를 출동시켜 신고접수 16분만인 이날 오전 7시27분쯤 완전 진화했다.
하지만 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는데다 유독가스가 급속하게 확산해 부상자가 많았다. 연기흡입으로 치료중인 부상자 대부분은 4층 남ㆍ녀 사우나에서 나왔다. 불이 날 당시 4층 사우나에만 50여명의 종업원과 손님이 있었다. 업주가 다른 3층 사우나 손님 일부와 아파트 주민도 연기를 마셔 치료 중이다.
같은 건물 상층부 아파트 주민들은 자체 관리실의 긴급 대피방송에 따라 대부분 안전하게 대피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미쳐 대피하지 못해 옥상 등에 피해 있다가 출동한 119구조대의 고가사타리차를 통해 구조되기도 했다.
경찰과 대구소방안전본부는 불이 4층 사우나 입구 쪽에서 났다는 신고자 진술에 따라 입구 배전반이나 천장 전기선이 누전 내지 합선돼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윤종진 대구 중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2개팀 등 53명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7층 상가아파트(주상복합)로 입주 40년이 지난 노후 건축물이다. 1977년 건축허가를 받아 1980년 7월 사용승인(준공검사)가 났지만 실제로 건물 사용은 1979년 1월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4층까지는 사우나 성인콜라텍 골프숍 식당 등 상가가 입주해 5~7층은 아파트 107세대가 있다. 빈 점포도 상당수에 이른다.
스프링클러가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만 있는 설치된 것은 준공 당시 3층까지는 다중이용시설인 백화점이 입주했고, 4층은 일반 사무실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사실상 실체가 없어진 뒤 일반 상가로 운영 중이고, 4층도 용도변경을 통해 사우나 사무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건물이 낡은 탓에 자체 관리위원회가 민간 전문업체에 의뢰해 정밀소방안전점검을 할 때마다 각종 지적사항이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과 7월 실시한 점검에서도 불량사항이 많아 점검 몇 달 뒤에 소방시설을 수리하곤 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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