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결혼’ 남자 파트는 남자 감독이, 여자 파트는 여자 감독이 메가폰
“의외로 남녀의 결혼관이나 인생관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어요.” (박수진 감독)
“처음에는 서로 이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작업하면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박호찬 감독)
27일 개봉하는 ‘어쩌다, 결혼’은 남자 감독 박호찬과 여자 감독 박수진이 공동 연출한 영화다. 박호찬 감독이 남자 주인공 성석(김동욱)을, 박수진 감독이 여자 주인공 해주(고성희)를 맡아 캐릭터 설계부터 대사까지 각자 완성했다. 두 감독은 나란히 앉아서 시나리오를 쓰고, 쓰는 즉시 서로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주인공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쓸 때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썼다. 가족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약 결혼을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완성됐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박호찬 감독은 ‘남녀 감독 공동 연출’을 시도한 소감에 대해 “여자들이 가족이나 친구와 나누는 감정이 제가 가족, 친구와 나누는 감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캐릭터 해주가 주변 사람들과 교감하는 방식이 새롭다고 느꼈다”며 “남녀의 감정이 다르게 묻어나서 영화가 입체적으로 그려졌다”고 했다. 박수진 감독은 “박호찬 감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결혼을 대하는 태도가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남녀간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먼저 짚었다.
촬영 현장에서도 분업과 협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성석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박호찬 감독이, 해주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박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수진 감독은 현장에서의 작업 방식에 대해 “의견은 서로 가감 없이 나눴다”며 “서로의 충고를 흡수하면서 내용이 깎이기도 하고 추가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두 배우가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는 박호찬 감독이 콜 사인과 연기 지도를 맡았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공동 연출 영화는 많았지만, 남녀 감독이 각자 남녀 캐릭터를 맡아 시나리오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두 감독의 첫 연출작이기도 하다. 박호찬 감독은 영화 ‘퍼펙트 게임’과 ‘허삼관’의 조감독으로 내공을 쌓았다. 박수진 감독은 영화 ‘김종욱 찾기’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에서 스크립터로 활약했다.
두 신인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충무로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로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에는 주연을 맡은 김동욱, 고성희, 황보라 외에도 김의성, 임예진, 염정아, 조우진, 김선영, 유승목, 이준혁이 등장한다. 영화 중간 깜짝 등장하는 정우성과 이정재를 발견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박호찬 감독은 “꿈 같은 캐스팅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대사를 이 배우가 해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취지에 공감해주신 배우들이 흔쾌히 참여해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어쩌다, 결혼’은 동명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김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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