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LG유플러스 이사회가 CJ헬로 지분 인수를 의결했지만 CJ헬로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계획대로라면 5세대(5G) 통신 시대를 맞아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 접목으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한 셈인데 기업가치는 반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인수 기업의 주가가 인수 결정 이후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18일 CJ헬로 주가는 15일(9,800원)보다 2.55% 떨어진 9,550원에 마감했다. LG유플러스의 인수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 8일(종가 1만1,800원)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합병’이 아닌 ‘지분인수’를 추진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식과 경영권만 가져오는 게 정부 심사를 통과하기에 덜 까다로운데다, 자회사로 두면서 CJ헬로 가입자를 LG유플러스 쪽으로 흡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CJ헬로는 케이블TV 가입자 419만9,000명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78만3,000명, 인터넷전화 45만9,000명, 알뜰폰 78만6,000명을 확보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합병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 중 50%에 1주를 더해 8,00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획만 내놨다. 인수 후 CJ헬로 지분율은 LG유플러스 50%, SK텔레콤 8.6%, 세이블 아시아(사모펀드) 6.7%, 국민연금 4.0%, CJ ENM 3.9%, 소액주주 등 기타 26.8%로 추정된다.
통상 기업 간 인수합병이 추진될 때는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기업의 공개매수 등이 수반된다. SK텔레콤은 CJ헬로 인수를 추진했던 2015년 800억원 규모의 공개 매수를 추진, 지분 8.7%를 확보한 바 있다. 최근 CJ헬로의 주가 하락과 인수 발표 당시 CJ헬로 시가총액이 약 8,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 주식을 2배 가격에 매각한 CJ ENM만 이득을 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J헬로 약정기간이 끝나가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판촉을 펼쳐 LG유플러스로 가입을 변경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합병하지 않고 독자경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CJ헬로는 가입자와 매출이 줄어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며 “합병 등 구체적 추진 방향이 공유되지 않으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현재 단계에서는 지분 인수만 확정됐고 합병 등 추후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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