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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수렁’ 빠지지 않게... 취약계층 연체 전부터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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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수렁’ 빠지지 않게... 취약계층 연체 전부터 지원한다

입력
2019.02.19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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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실업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높아진 취약계층 개인 채무자들이 ‘연체 수렁’에 빠지지 않게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연체가 시작된 경우에는 채무 원금 감면 범위를 종전보다 늘리기로 했다.

 ◇“연체 시작 전부터 막는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안’을 18일 발표했다. △연체 전부터 연체 초기 사이 △연체 후 90일부터 채무 상각 전까지 △채무 상각 이후 △상환 불능 상태 등의 총 4단계로 나눠 단계별 맞춤형 채무조정을 제공한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선안에서 취약계층의 채무 연체를 사전에 막는 데 방점을 찍었다. ‘채무 연체→신용도 하락→추가 금융 지원 불가→상환 포기’의 악순환에 아예 진입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채무를 지닌 ‘다중채무자’ 중 아직 연체는 하지 않았지만 일시적으로 소득이 없어졌거나 감소한 경우를 위한 ‘신속지원 제도’가 신설됐다.

대상은 다중채무자 중 △최근 6개월 이내 실업자 △무급휴직자 △폐업자 △3개월 이상 입원해야 하는 질환자 △대출 당시보다 소득이 현저히 줄어 구제할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 등이다. ‘소득의 현저한 감소’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이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신용 7등급 이하이거나, 2개 이상 채무 중 하나라도 1~30일 연체 중이거나, 최근 6개월 이내에 5일 이상 연체한 횟수가 3회 이상인 채무자를 기준으로 한다.

신속지원 대상이 되면, 갑작스러운 소득 감소만 해소하면 다시 돈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채무자(일시적 상환위기 채무자)는 최대 6개월 간 원금상환이 일시 정지되고, 약정금리로 거치이자만 내면 된다. 소득 감소가 해결되더라도 ‘만기일시상환’ 같은 대출 구조로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채무자(구조적 상환위기 채무자)는 최대 6개월 원금상환 유예와 함께, 유예기간이 끝난 뒤 최대 10년 간 장기분할 상환을 추가로 허용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채무 연체율 증가 속도를 고려했을 때 신속지원제도 혜택 대상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채무자들이 재기하기 힘든 이유가 연체로 인한 신용도 하락인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연체 주기별 신용회복지원안-박구원 기자/2019-02-1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연체 주기별 신용회복지원안-박구원 기자/2019-02-18(한국일보)

 ◇연체 단계 진입 후엔 ‘원금 탕감’ 

연체 단계에 진입한 채무자 지원대책도 추가됐다. 지금까진 금융위 산하 신용회복위원회에 90일 이상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기존 연체이자와 향후 이자만 면제해줬지만, 앞으로는 미상각채무 원금의 30%까지 탕감해주는 혜택이 도입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만 원금 감면을 위해 고의로 연체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채무조정 신청일 1년 이내 대출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상각은 금융사에서 돌려받기 힘든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금융사는 통상 연체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손실로 처리한다. 즉, 미상각채무는 아직 금융사가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빚인 셈이다. 다만 ‘상각채무’가 되어도 금융사가 손실로 인식할 뿐,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변제 순위가 높은 채무를 고르라면 미상각채무인 것이다.

상각 채무에 대한 지원 범위도 늘어났다. 연체 90일 이상인 상각 채무는 원금감면율을 최대 70%로 올린다. 현재 상각 후 채무 원금감면율은 30~60%인데, 20~70%로 범위가 늘어난다. 더 갚을 수 있는 사람은 더 갚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덜 갚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아예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 채무자’ 대상 혜택도 생겼다. 대상은 3개월 이상 연체한 △기초수급자(생계ㆍ의료) △장애인연금 수령자 △70세 이상 고령자다. 10년 이상 1,500만원 이하 채무를 장기 연체한 저소득층도 해당한다. 금융위는 이들의 채무에 대해 상각채권은 원금 70~90%를, 미상각채권은 3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채무 1,5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자의 경우 채무조정으로 감면된 채무를 3년간 연체 없이 성실히 상환하면 남은 채무를 모두 면제해준다.

일각에선 이런 대책 때문에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단계별 지원마다 상황 능력 대비 채무액과 상환 의지를 측정하는 기준을 촘촘하게 준비했다”며 “채무조정 신청자 상당수는 30개월 이상 연체를 해결하려고 고통 받다가 찾아오는 경우여서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기 보다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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