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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미래주의 선언(2.20)

입력
2019.02.20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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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포 마리네티가 1909년 오늘 일간지 르피가로 에세이를 통해 미래주의의 기치를 올렸다.
필리포 마리네티가 1909년 오늘 일간지 르피가로 에세이를 통해 미래주의의 기치를 올렸다.

33세의 이탈리아 작가 필리포 톰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 1876~1944)가 1909년 2월 20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미래주의의 기초와 미래주의 선언’이란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그는 옛 문명의 전통과 미적 기준들을 폐기하고 이제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르네상스 이래 이어져온 (신)고전주의적 가치와 도취의 댄디즘, 졸음에 빠진 데카당스를 조롱하며, 내연기관의 폭발적인 힘과 속도, 과거에 대한 격렬한 공격과 새로운 세계로의 ‘위험한 도약’을 찬미했다.

그의 글은 문체도 주장도 격렬했다. ‘선언’이란 제목처럼 그는 격문이나 선전포고에 어울릴 법한 어조로 당대 미학의 ‘따귀’를 때리고 윽박질러 무릎 꿇게 하라고, 박물관과 도서관의 저 두텁고 낡은 도덕주의의 권위를 파괴하라고 선동했다. 그리고 “폭발하듯 숨을 몰아쉬는 뱀과도 같은 두꺼운 파이프로 트렁크가 장식된 경주용 자동차가(…) 시모트라케의 니케(승리의 여신)보다 더 아름답다”고, “지금 우리는 여러 세기의 가장 도드라진 곶 위에 서 있다”고 선언했다.

기술문명에 대한 찬미 위에 그는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운동으로 무르익은 민족주의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열정을 포갰다. 그는 낡은 것을 일소하는 혁명적 해법으로서의 전쟁을 찬미했고, 그 가치에 복무하는 모든 폭력적인 것들-애국주의ㆍ군국주의ㆍ남성주의ㆍ반페미니즘-을 옹호했다. 6년 뒤 ‘세상의 유일한 위생법, 전쟁’(1915)이란 제목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 당원이었고, 당연히 1차 대전을 지지했다.

그의 ‘선언’에 이듬해 2월 베르토 보초니 등이 ‘미래주의 화가 선언’으로, 발릴리 프라텔라 등이 ‘미래주의 음악가 선언’으로 화답했고, 문학과 연극 조각 건축 진영이, 수많은 유럽의 청년 예술가들이 잇달아 동참했다.

전후의 쇠락과 함께 마리네티의 미래주의도 격렬한 폭발력만큼이나 급속히 식었지만, 그가 선언에 담은 새로움에 대한 열정적 추구는 다다이즘과 표현주의, 쉬르리얼리즘 등 현대예술의 전위적 기운의 바탕이 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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