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돌아온 정우성이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증인' 속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와 소통하며 변화해가는 인물이다. 일상에 발 붙인 따뜻한 역할을 오랜만에 맡은 정우성은 캐릭터에 공감하며 스스로도 치유됐다고 털어놨다.
최근 몇 년간 정우성은 멜로 영화를 제외하고는 다소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에 많이 등장했다. '아수라' '신의 한 수' '강철비' '인랑' '더 킹' 등 액션과 범죄 드라마 등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을 만났다. 그의 도전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일상 연기를 펼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영화 '증인'에선 현실에 발 붙인 변호사 역할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꺼내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김향기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김향기가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된 지난 2003년, 한 제과 브랜드 광고를 함께 찍었다. 당시 김향기는 29개월 된 아역배우였다.
브이앱에 출연한 김향기는 전작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삼촌 배우(하정우·차태현·김명민·마동석 등)를 두고 진행된 '삼촌 월드컵'에서 정우성을 선택했다. 이에 정우성은 "살면서 영광스러운 순간, '내가 잘 살았구나' 스스로에게 영광을 주고 싶다"며 "향기는 29개월 때 이미 정우성 삼촌에게 마음을 뺏겼다"고 말해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정우성은 "29개월 된 향기를 본 이후로 계속 향기가 자라는 활동을 팔로우 할 순 없었다. 광고 하나 찍고 헤어진 거고 아역으로 활동하는 걸 본 거다. 그 아이가 저 아이라고 상상을 못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라고 신기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때의 얘기가 나오니까 그 현장의 이미지들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 향기 모습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면서 '어이구' 하며 내 나이도 갑자기 자각이 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정우성은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건 그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제 또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만남 때문에 그걸 다시 자각하진 않았다. 어찌 보면 신기함 속에서 향기라는 배우가 '어떻게 이렇게 잘 성장을 했을까'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흐뭇함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비록 김향기가 한참 나이가 어린 배우이지만 깊은 존중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동료배우로서 같이 스테이지에 올려질 땐 경력에 상관없이 동등한 배우로 충실히 역할을 한다. 이 영화가 사회에 나왔을 때 실질적으로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나 그 가족들이 지우를 보고 상처가 되면 안된다는 염려를 하면서 캐릭터 고민을 했단 얘기 들었을 때 정말 큰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더불어 정우성은 "내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던 건, 향기가 툭 나타난 것도 그렇고 여진구가 6~7살일 때 내 무릎에 앉혀놓고 촬영장에서 촬영을 한 그런 기억들이 떠올라서다. 극 중 지우를 통해 순호가 초심을 찾는 것처럼 나 역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