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장벽 자금 조달을 위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의 정당성을 두고 미 정치권에서 연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옹호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을 지속했다.
백악관은 국가비상사태를 무효화하기 위한 의회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도 장벽 건설에 필요한 예산 60억 달러(약 6조7,000억원)를 전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의회의 권한을 침해한 초헌법적 조치라면서 이에 불복하는 상하원 합동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하원의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고, 공화당 내에서도 국가비상사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결의안이 가결되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화당 '친(親) 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국가 차원의 비상사태를 겪고 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어 "의회가 과거 대통령에게 주던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는 스스로 해야 하고 나는 그 길로 가는 그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창립자인 짐 조던 하원의원도 ABC 방송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비상사태 선포는 정당하다고 옹호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를 비판하면서, 이에 제동을 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캘리포니아)은 CNN 방송 '스테이트 오프 더 유니언' 인터뷰에서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보다 더 좋지 못한 사례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권력을 너무 늘리고 있다"며 공화당이 이를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가 '지갑(purse) 권력'을 넘겨준다면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회 세출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끔찍한 전례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도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비상사태에 대해 "그게 국경 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면서 그는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조처를 막을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도 비상사태 선포로 인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분명히 즉시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을 전용하겠다고 선언한 군사 프로젝트, 재난 지원, 다른 용도의 예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캘리포니아와 다른 주들이 감수해야 해 소송 당사자로서 법적 지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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