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창선, 삼성 공장 주변ㆍ中-베트남 접경 철길 둘러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특별열차로 방문, 삼성전자 공장 등 베트남 산업단지를 둘러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 일행의 동선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해 지난 15일 베트남에 도착한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삼성전자 공장 일대와 함께 중국ㆍ베트남 철길도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7일 하노이 외교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집사로 통하는 김 부장은 이날 베트남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주변을 둘러봤다. 김 부장 일행은 이날 오전 7시쯤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영빈관)에서 출발, 곧바로 하노이 북부 박닌성으로 향했다. 취재진들이 따라 붙었지만, 서호 북쪽 홍강 대교에서 속도를 내 따돌렸다. 특히 삼성전자 공장 주변을 차로 이동하며 동선을 점검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한국 대표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 생산 공장을 방문한다면 북한이 개혁ㆍ개방을 통한 경제발전 노선을 취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대내외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현지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문과)관련해서 연락 받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하노이 북쪽으로 인접한 박닌성은 경제수도 호찌민에 이어 수출규모가 베트남에서 2위에 달하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장거리 이동에 대비한 듯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준비된 베트남 공안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한 김 부장 일행은 중국과 베트남의 철길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 일행은 하노이 동쪽 꽝닌성의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를 방문한 뒤, 하노이 북부의 중국 접경지역인 랑선성도 둘러봤다. 이 곳은 철로 폭이 중국철도와 같은 표준궤가 지나는 곳으로 북한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수단을 비행기(참매 1호)와 함께 특별열차로도 준비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오는 육로를 선택한다면, 중국과 베트남 철로 주변 경제개발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경제개혁ㆍ개방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 행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 일행은 8시간 30분 만에 하노이로 복귀한 뒤에도 오페라하우스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등 김 위원장의 동선을 체크하는 데 총력전을 폈다. 전날 오전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들은 베트남 정부 영빈관에 도착하자마자 베트남 관계자들과 의전, 경호 관련 협의를 했다. 또 도착 당일 즉시 하노이 시내 멜리아ㆍ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ㆍ인터콘티넨털 웨스트 레이크 호텔을 차례로 둘러봤다. 멜리아 호텔은 지난해 11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용했던 곳이고, 메트로폴 호텔은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묵었던 곳이다. 유력한 회담장으로 거론되는 JW메리어트 호텔은 둘러보지 않아 이곳은 회담장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27~28일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최지인 하노이 시내 주요시설에 대한 경호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노이 공안 당국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주요 지역 및 시설에 대한 24시간 순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각종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조를 결성, 심야 취약 시간대 순찰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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