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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망언 오누이’의 ‘닥치고’ 구명 유세

입력
2019.02.17 18:00
수정
2019.02.18 09: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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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대전 한밭운동장 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ㆍ27 전당대회 충청ㆍ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김진태 의원(오른쪽)과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순례 의원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당 윤리위는 5ㆍ18 망언 파문을 낳은 두 사람의 징계를 전당대회 이후로 유예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대전 한밭운동장 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ㆍ27 전당대회 충청ㆍ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김진태 의원(오른쪽)과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순례 의원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당 윤리위는 5ㆍ18 망언 파문을 낳은 두 사람의 징계를 전당대회 이후로 유예했다 연합뉴스

15일 아침 대부분의 조간신문에는 자유한국당의 오늘을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전날 대전에서 열린 2ㆍ27 전당대회 1차 합동연설회에서 5ㆍ18 망언의 장본인인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이 환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환호하는 극렬 지지자들에게 답하는 모습이다. 각각 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들은 당 윤리위의 ‘시한부 징계유예’가 면죄부나 훈장이라도 되는 듯 여유가 넘쳐났다. “가끔씩 심장이 쫄깃할 때가 있지만 저 없으면 ‘앙꼬없는 찐방’처럼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농담도 수차례 던졌다.

▦ 사진에서 보듯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우파 통합을 앞세운 황교안도, 확장성을 강조한 오세훈도 아니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튀는 차림으로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백명의 연호 속에 의리를 외친 김진태였다. 전날 한국당 당사와 국회 본관으로 몰려가 윤리위 개최 자체를 방해했던 이들은 당의 새 출발을 위한 무대마저도 ‘김진태 놀이터’로 만드는 소란을 주저하지 않았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한선교 전당대회 의장의 인사말은 물론 다른 후보의 연설까지도 이들의 야유와 욕설에 묻혔다. 광기와 선동이 지배한 난장판이었다.

▦ 앞서 태극기 시위대에 쫓겨 밀실회의를 연 윤리위는 “문제 발언이 5ㆍ18 민주화운동 정신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결정했다. 30%를 눈앞에 둔 지지율이 고꾸라져 25%대로 급락했으니 이런 해당행위도 없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전당대회 기간 중 징계를 유예한다는 당규에 따른 것이라지만 전대 흥행을 망칠 수 없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김위원장의 변명이 더 우습다.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보수정당이라면 법리에 엄격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 문제는 흥행을 위한 꼼수 징계가 자가당착이자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의 잠룡들을 내세워 축제 분위기 속에 치르려던 전당대회가 ‘망언 오누이’의 구명 혹은 방탄 유세장으로 변질된 것은 뼈아프다. 이런 추세라면 18일 대구ㆍ경북, 21일 부산ㆍ울산ㆍ경남ㆍ제주, 22일 수도권ㆍ강원 연설회는 물론 27일 일산 전당대회도 ‘닥치고 김진태’세력이 점령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 공분’을 알면서도 지도부가 작은 이익에 연연한 탓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흥행부진이 우려된다며 보이콧 운운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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