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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혼돈… 트럼프 ‘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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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혼돈… 트럼프 ‘슬럼프’

입력
2019.02.17 13:41
수정
2019.02.17 13:4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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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국경장벽 비상사태 선포…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도 반발 

 웨스 미첼 이어 헤더 나워트도… 외교안보 라인 줄사퇴, 메르켈도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경장벽’에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경장벽’에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이 안팎으로 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는 모양새다.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못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헌법상 대통령 고유 권한을 발동하며 예산 전용에 나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외교안보 라인도 혼란에 빠졌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의 후임자 찾기에도 실패했다. ‘혈맹’ 유럽도 트럼프 외교의 난맥을 지적하고 나섰다.

15일 밤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발생하자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15일 밤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발생하자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트럼프 ‘국경장벽’ 비상사태 선포… 민주당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멕시코 국경지역의 마약 등 범죄는 침략”이라며 “국가 비상사태 선포문에 서명할 것”을 천명하며 의회에 발송했다. 약 70억달러(약 7조8,855억원)가 투입될 수 있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밝혔다. 13억7,500만달러(약 1조5,490억원) 장벽 예산에 합의했던 공화ㆍ민주 양 당의 결정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소송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퍼블릭 시티즌’은 15일 수도 워싱턴 연방법원에 “국경장벽 용도 예산 전용을 막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책임성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 역시 “비상사태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법무부를 고발하고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미 길거리로 나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 WHEC방송은 15일 뉴욕 맨해튼 트럼프호텔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민주당 역시 예상대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화당 반대파와 손을 잡고 무효화 입법에 나설 기세다. 우선 민주당이 주지사 자리를 가지고 있는 캘리포니아ㆍ뉴멕시코ㆍ네바다ㆍ뉴욕주 등이 소송을 거론하고 나섰다. 하원 법사위원회도 비상사태 선포 결정의 근거를 알아보기 위한 청문회 개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22일까지 관련 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의원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보다는 공화당이 주도권을 쥔 상원에서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셜리 카피토(공화ㆍ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16일 뉴욕타임즈(NYT)에 “트럼프는 언제나 상상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공화ㆍ메인) 상원의원도 “적법 절차를 의미 없게 만드는 행위”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를 앞두고 만나 악수하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를 앞두고 만나 악수하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 헤일리 후임자 안갯속… 유럽도 ‘미국 독단 그만 두라’ 압박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혼선이 불거졌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됐던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돌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그 자리에 나를 고려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후보직 내정 발표 이후) 두 달 동안 가족들이 시달렸다”며 “가족이 가장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후보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단을 존중한다”고 노어트 편에 섰지만, 실상은 상원에서의 인준 반대 목소리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 유엔 대사 후보자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웨스 미첼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방향에 대한 항명은 아니다”고 덧붙였지만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존 켈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의 잇따른 사퇴와 해임은 트럼프 정부의 혼란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혈맹’ 유럽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에 쓴소리를 던졌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55회 뮌헨안보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포문을 열었다. 메르켈 총리는 16일 “시리아에서의 미군 조기 철수 계획이 리안과 러시아 사이를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 주도 세계 질서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앞서 “유럽의 운명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같은 자리에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유세계의 지도자”라고 격찬했지만 공허한 소리로 남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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