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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은 내 잘못이 아니에요. 검사ㆍ치료 빨리하는 게 임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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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은 내 잘못이 아니에요. 검사ㆍ치료 빨리하는 게 임신의 시작”

입력
2019.02.19 05:00
수정
2019.02.19 08:4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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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여만명 난임으로 병원 찾아…출생아 중 6.2%가 난임시술로 태어나

정부도 올해 난임 부부 위해 시술비 지원 확대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인터뷰

만혼과 늦은 출산이 늘면서 난임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혼자 중 10~15%가 난임을 겪으며, 지난해 20만명 이상이 난임으로 병원을 찾았을 정도다. 난임시술도 점점 늘어나 지난해 상반기 전체 출생아 가운데 난임시술로 태어난 아기 비율이 6.2%였다. 정부도 난임 부부를 위해 시술비 지원 기준을 올해 들어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로 확대했다. 지원횟수도 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 3회 등 총 10회로 늘렸다. 난임 기간이 길어지고 여성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게 통론이다. 이정렬(47)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난임치료법 등을 들어봤다.

-난임은 어떻게 판단하나.

“난임은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생활을 하지만 1년 이내 임신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남성과 여성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자 이상, 정자 운동능력 저하 등과 같은 남성 요인이 30~40%다. 여성 요인은 배란장애, 난관 요인, 난소 기능 저하, 자궁내막증, 자궁 요인(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유착 등) 등이 있다. 이밖에 난임검사에서는 정상이지만 임신되지 않을 때 ‘원인불명 난임’이라고 한다.

여성 가임능력은 나이와 관련 있다. 32세 이후 서서히 줄어 35세부터 급감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사용 가능한 난자 수가 정해져 있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이에 따라 35세 이상 여성이 6개월 이내 임신되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남성도 50세가 넘으면 생식 능력이 떨어지지만 임신 불가능한 나이는 없다.”

-난임 치료법은 어떤 게 있나.

“자궁강내정액주입술(인공수정시술)과 체외수정시술(시험관아기시술)이 있다. 인공수정시술은 정자 처리과정을 통해 정자 농도와 운동성을 높인 뒤 배란일에 맞춰 정자를 자궁 안에 직접 넣는 시술이다. 난임 치료 시 많이 쓰인다. 적어도 한쪽 난관이 정상일 때 시도할 수 있다. 1회당 임신율은 10% 내외다. 경도의 자궁내막증, 배란 장애를 겪고 있거나 원인불명 난임에도 시도할 수 있다.

시험관아기시술은 난자와 정자를 각각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한 뒤 3~5일 동안 배양해 자궁 안으로 넣어 임신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여성의 양쪽 나팔관이 모두 막혀 있거나 정자 기능 이상 등 중증의 남성 요인이 있으면 인공수정이 불가능하므로 시험관아기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1회당 30~40% 정도 성공해 인공수정시술보다 임신율이 월등히 높아 나이 많거나 빨리 임신하려 하려면 시험관아기시술이 좋다. 다만 인공수정시술보다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기에 인공수정시술을 먼저 시행한 뒤 임신되지 않을 때 시험관아기시술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가임력 보존 치료법은 누구에게 필요한가.

“가임력 보존 치료법은 가임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여성에게 한다. 미혼 여성은 35세 이후에 찾아올 가임력 저하에 대비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번 소실된 난소 기능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난소 기능 저하가 예상되는 항암제 투약, 골반 내 방사선 치료 등을 앞둔 암 환자는 가임력 보존 치료법을 받을지 여부를 상담하는 게 좋다. 자궁내막증 같은 난소질환, 난소혹제거술 등 난소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도 가임력 보존 치료법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가임력 보존 치료법으로는 여성은 난자ㆍ배아ㆍ난소 조직의 동결보존, 남성은 정자 동결보존이 있다. 초경 이후 여성은 난자동결을 누구나 시행할 수 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은 배우자 정자와 본인 난자를 수정한 배아 동결보존을 택할 수도 있다. 난자와 배아 동결보존 모두 체외수정시술을 할 때 사용되는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성공률이 높다. 난소 조직의 동결보존은 난소 조직 일부나 전체를 꺼내 동결ㆍ보존했다 필요할 때 체내에 다시 이식해 난소 기능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모든 여성에게 과배란을 유도하지 않고 시행할 수 있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에는 항암 독성을 최소화하고 난소 기능을 일시 멈추기 위해 ‘난소보호제’라는 약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항암제가 난소를 인지하지 못하게 해 난소 기능저하를 막는 것이다. 동결보존만큼 가임력을 직접 보존하는 방법이 아니어서 동결보존을 대체할 수는 없다.”

-난임 치료를 하면 해당 여성이나 자녀에게 문제는 없나.

“난임 치료, 특히 시험관아기시술을 하려면 한 번에 배란되는 난자 수를 늘리기 위해 과배란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과도한 호르몬 반응으로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복부 불편감, 구역 및 구토 등이 생기고 복수나 흉수가 차서 호흡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과배란 유도법과 예방법이 발달해 그 빈도가 크게 줄었다. 시술 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제외하면 임신하는데 임부와 아기의 건강에 무리 가거나 문제되는 경우는 없다. 덧붙여 아이에게 선천성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자연 임신 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아이 성장ㆍ발달도 다르지 않다.

아울러 동결한 난자ㆍ배아ㆍ난소조직ㆍ정자를 해동해도 기능에도 문제가 없다. 또한 배아 해동 후 이식으로 태어난 아기와 동결하지 않은 배아 이식으로 태어난 아기를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동결 기간이 길어져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난임과 가임력 보존 치료 성공률을 높이려면.

“임신이 되지 않으면 너무 오래 지체하지 말고 난임검사를 해야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이라면 간단한 혈액검사로 본인의 난소 나이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난임 치료를 계속 실패하면 다른 불임 요인이 없는지 알아내 이에 맞는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의와 상담해 난임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난임 기간이 길어지면서 죄책감ㆍ우울감을 느끼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 본인 잘못이 아니며, 누구나 이런 과정을 겪을 수 있다고 여겨 마음을 다잡고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기혼자 가운데 10~15% 정도가 난임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20만명 넘게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기혼자 가운데 10~15% 정도가 난임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20만명 넘게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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