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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박정환 9단이 ‘2차 상하이 대첩’을 재현해야 할 2가지 이유

입력
2019.02.16 04:40
수정
2019.02.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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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8~22일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서 한국 마지막 주자로 출전

한국 간판스타 입장에서 최근 중국에 열세에 한국 바둑의 매운맛 보여야

올해 6승6패로 부진한 개인 성적의 변곡점도 찾아야

박정환(맨 오른쪽) 9단이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렸던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당시 7연승을 달려왔던 중국의 판팅위 9단을 꺾고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맨 오른쪽) 9단이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렸던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당시 7연승을 달려왔던 중국의 판팅위 9단을 꺾고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2005년 한·중·일 5명의 각국 대표가 국가대항전으로 진행된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당시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막판 벼랑 끝에 몰렸다. ‘돌부처’인 이창호(44) 9단만 남은 상태에서 중국엔 3명, 일본엔 2명의 선수가 생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국내외 언론에선 ‘이창호 9단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할 만큼 돌부처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돌부처는 끝내 5연승으로 기적을 연출했고 한국의 농심배 6연패까지 가져왔다. 이 시나리오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응답하라 1988’ 드라마의 소재로도 유명했던 ‘상하이(上海) 대첩’이다. 이창호 9단은 이후, 현재까지도 국내 바둑계에 배테랑 기사로 활약 중이다.

한국 바둑의 간판인 박정환(26) 9단이 ‘2차 상하이 대첩’에 나선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박정환 9단은 18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릴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원)에 출전한다.

험난한 여정은 이창호 9단의 1차 상하이 대첩과 유사하다. 현재 박정환 9단 상대로 남겨진 선수는 일본 이야마 유타(30) 9단을 포함해 중국의 당이페이(25) 9단과 구쯔하오(21) 9단, 스웨(28) 9단, 커제(22) 9단 등으로, 모두 세계 정상급이다. 박정환 9단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국 선수들이 많이 남아 부담되지만 최종국까지 가서 커제 9단과 만나고 싶다”고 임전 소감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으로 넘어간 세계 바둑계 주도권 찾아와야

박정환 9단의 입장에선 이번 대회 성적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우선 중국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세계 바둑계의 중심축을 가져와야 할 임무가 주어진 상황. 현재 굵직한 세계 바둑대회에서 한국의 보유 타이틀은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박정환 9단) 뿐이다. 이외에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와 백령배 세계바둑오픈대회, 신아오배 세계바둑오픈전 타이틀은 커제 9단의 소유다. 또한 천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천야오예(30) 9단이,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은 양딩신(21) 7단이,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탄샤오(26) 9단이,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탕웨이싱(26) 9단 등이 각각 우승컵의 주인이다. 세계 바둑계에서 명실공히 중국을 ‘넘버1’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은 6월로 예정된 춘란배 결승에 박정환 9단과 박영훈 9단의 형제대결로 압축된 게 위안거리다. 이 밖에 이벤트 기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는 있지만 주요 세계대회에 비해 함량미달인 게 사실이다. 그 만큼, 최근 우리나라의 바둑 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져 있단 얘기다. 사실상 현재 한국 반상(盤上)의 실세인 박정환 9단에게 어려운 조건이지만 이번 농심신라면배에서 중국에 쏠렸던 세계 바둑계 흐름을 찾아오길 기대하는 배경이다.

◇연초부터 고전 중인 개인 성적 회복의 계기 마련도 시급

시점상 박정환 9단, 개인에게도 변곡점을 찾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농심신라면배의 의미는 적지 않다. 박정환 9단이 올해 현재 거둔 성적은 6승6패. 아직 연초이지만 박정환 9단의 이름 석자에 비춰볼 땐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특히 커제 9단을 제외하면 백홍석(33) 9단이나 박하민(21) 4단, 이호승(32) 3단, 신민준(20) 9단(2패) 등의 패한 상대들도 아직까진 박정환 9단에겐 한 수 아래로 지목 받고 있는 기사들이란 점에서 여느 때와는 다른 충격파다. 2월 국내 랭킹에서도 신진서(19) 9단에게 다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뛰어넘기 어려운 ‘넘사벽’이자, ‘인간 알파고’로 평가 받던 과거 박정환 9단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달 초, 중국에서 벌어진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 쟁탈전’(우승상금 약 1억3,200만원))에서도 우승컵을 차지하긴 했지만 사실상 어부지리로 주워간 승리였다. 커제 9단과 벌인 마지막 결승전에서 상대방의 마지막 결정적인 실수에 힘입어 따낸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커제의 대착각수가 나오기 직전, 커제에 대한 인공지능(AI)의 승률은 90%를 웃돌았다. 바둑TV에서 이 대국을 해설한 이희성(36) 9단은 “커제 9단의 막판 실수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대진이지만 박정환 9단의 2차 상하이 대첩 완성 시나리오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가대표 코치 겸 바둑TV 해설위원인 홍민표 9단은 “박정환 9단이 올해 성적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속기 바둑이었고 각자 1시간의 제한 시간이 주어진 이번 농심배에서 맞붙을 상대들이 쟁쟁한 선수들이긴 하지만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며 “과거 농심배 성적을 비춰볼 때 한번 기세를 타면 연승까지 이어갔다는 점에선 박정환 9단의 우승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정환 9단은 이번 농심배에서 대국 상대로 나설 선수 가운데 스웨 9단(6승8패)을 제외하고 이야마 유타 9단(4승2패), 당이페이 9단(3전전승), 구쯔하오 9단(5승1패), 커제 9단(10승8패) 등에게 모두 앞서 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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