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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파에 경매시장도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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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파에 경매시장도 '빙하기'

입력
2019.02.19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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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에서 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삼성동에서 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10계에서는 서울 강남권 랜드마크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가 경매에 부쳐졌다. 작년 9월 같은 면적 아파트가 27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날은 감정가 23억원에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달 6일 이 아파트의 2회차 경매 최저가는 종전 감정가의 80% 수준인 18억4,000만원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주택 경매시장도 덩달아 꽁꽁 얼어붙고 있다. 물건은 계속 쌓이는데 낙찰률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저가 매수세마저 실종돼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까지 줄줄이 유찰되는 실정이다.

 ◇쌓이는 경매물건 

18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부동산 경매 건수(1만1,075건)는 전월(1만134건)보다 9.3% 늘었다. 이 가운데 주거시설 경매(4,797건)는 전달보다 11.7% 증가했는데, 특히 서울은 전월보다 22%, 인천은 19%나 증가했다.

경매 진행건수는 처음 경매로 나오는 물건과 앞선 입찰에서 유찰된 기존 물건을 합한 수치다. 건수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낙찰이 저조해 물건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쌓여간다는 의미다. 작년 9월까지 50%대를 기록했던 낙찰률(입찰 대비 낙찰 건수)은 10월 이후 34%대에 머물면서 지난달에도 34.6%에 그쳤다. 경매 10건 중 7건은 아예 응찰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 상황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 상황_김경진기자

자연히 경매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서울 지역 주택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은 지난해 1월 96.2%에서 지난달 93.6%까지 낮아졌다. 전국 평균 역시 지난달 80.1%로 1년 전보다 7%포인트나 떨어졌다. 낙찰가율은 통상 향후 집값 전망에 따라 오르내리는데, 요즘은 그만큼 시장의 집값 전망이 부정적임을 반증하는 수치다.

이런 경매시장의 찬바람은 당국의 부동산 대출규제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 경매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유주택자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9월 이후 유주택자 신규 대출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경매 투자자들의 돈줄이 막혔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공시가격 현실화 등도 경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9월 12.3명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달엔 2012년 7월(4.1명)이후 최저치인 4.3명으로 떨어진 상태다.

응찰자가 줄고 낙찰가율이 떨어지면 경매시장은 침체 국면으로 여겨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경매 물건 증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최근 유찰된 강남권 아파트 가격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최근 유찰된 강남권 아파트 가격_김경진기자

 ◇강남 아파트도 유찰 

경매시장 냉각은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81.88㎡)는 감정가 13억3,000만원의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대표적 재건축 추진 아파트로 작년 10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곳이지만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주상복합인 송파구 롯데캐슬골드(187.7㎡)와 서초구 아크로비스타(201.1㎡) 역시 각각 감정가 20억8,000만원과 25억에 시장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이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강남권 아파트는 나오기만 하면 ‘묻지마 입찰’로 낙찰률 100%을 기록했다. 낙찰가율이 110%에 이를 정도로 열기도 뜨거웠다. 작년 1월 11억1,000만원으로 감정가격이 책정됐던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아파트(136㎡)에는 무려 19명이 입찰에 참여해 최종 낙찰가 13억1,155만원으로 낙찰가율 118.6%를 찍었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침체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경매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며 “당분간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은 없을 것으로 보여 매매시장의 호가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며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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