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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경 장벽 강행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할 것"

입력
2019.02.15 17:52
수정
2019.02.16 01: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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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통령, 장벽 예산안 서명” 밝히면서 장벽 건설 의지도 재차 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주요 카운티 보안관 및 책임자 협회 합동 컨퍼런스에 참석해 국경장벽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주요 카운티 보안관 및 책임자 협회 합동 컨퍼런스에 참석해 국경장벽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길을 택했다. 여야 합의로 의회를 통과한 예산지출법안에 서명은 하면서도, 여기에 반영된 장벽 건설 예산 규모가 당초 자신의 요구에는 턱없이 못 미치자 다른 항목의 예산을 끌어다 쓰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장 장벽 건설 논란에 따른 제2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이러한 식의 비상사태 선포가 과연 정당한지 벌써부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벽 건설 필요성을 두고 대립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갈등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오후(현지시간) 연방의회의 예산지출법안 표결 직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할 예정인) 예산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이 예산안에는 국경 경비 강화를 위한 예산 13억7,500만달러가 반영돼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요구했던 57억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불만족스럽긴 해도 2차 셧다운 사태만큼은 피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또다시 셧다운 수렁에 빠질 수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온 공화당과 민주당도 상ㆍ하원 모두에서 일사천리로 예산안을 가결시켰다. 상원에선 찬성 83표, 반대 16표였고 하원도 300표 대 128표의 압도적 표차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와 마약의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그 장벽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 점을 안다”며 “나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마지못해 의회 예산안에 서명은 하겠지만, 이 정도 예산(13억7,500만달러)으로는 장벽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필요 자금을 기필코 마련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을 위해 어떤 예산을 전용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나, 일단은 국방부에 남아 있는 210억달러 규모의 건설자금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행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동원해 예산을 충당할 경우, 입법기관인 의회 차원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상 의회 의견을 무시하고 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로 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그동안 국가비상사태 선언도 트럼프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져 왔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 의회 관계가 종착점에 이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우려와 경악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멕시코 국경에는 국가 비상 질서가 요구되는 어떠한 위기도 없다”며 “대통령이 의회를 건너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응을 위한) 우리의 옵션들을 점검 중”이라면서 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공산이 크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자체는 대통령 권한이 맞지만, 이번 사안(국경 장벽 건설)을 과연 ‘비상 사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참모진도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소송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의견을 냈으며, 법무부도 ‘대통령의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법부 판단에 따라 국경장벽 건설이 끝내 좌절될 가능성을 모르지 않았을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국경 장벽’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초강수를 둔 셈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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