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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 명단 공개? “김진태 의원, 광주 5ㆍ18기념공원에 와서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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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 명단 공개? “김진태 의원, 광주 5ㆍ18기념공원에 와서 보시오”

입력
2019.02.15 12:40
수정
2019.02.15 20:02
3면
0 0

광주 시민들 분노… 벽면에 피해자 4296명 명단 ‘빼곡’

“한국당 의원들, 광주항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면…”

광주 서구 5ㆍ18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에 5ㆍ18 관련자 4,296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김종구 기자
광주 서구 5ㆍ18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에 5ㆍ18 관련자 4,296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김종구 기자

“김진태ㆍ김순례ㆍ이종명 의원이 한 번이라도 여기에 와서 봤다면 그런 말 못 하제.”

15일 오전 11시 광주 서구 5ㆍ18기념공원에서 만난 70대 어르신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질문에 버럭 화부터 냈다. 그는 “이들 의원과 자유한국당이 5ㆍ18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관심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저길 가보라”고 대뜸 공원 내 지하 추모공간을 손으로 가리켰다. “5ㆍ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떼를 쓰고 있는 김 의원과 극우보수세력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광주 5ㆍ18기념공원 내 5ㆍ18현황 조각 및 추모승화공간 전경. 김종구 기자
광주 5ㆍ18기념공원 내 5ㆍ18현황 조각 및 추모승화공간 전경. 김종구 기자

실제 기념공원 내 지하 추모승화공간에 설치된 어머니 조각상 뒤쪽 벽면엔 5ㆍ18 관련자 4,296명의 이름이 새겨진 오석(烏石ㆍ흑요암) 명패가 붙여져 있다. 이들 명패가 차지한 공간만 높이 2.2m, 길이 22m에 달한다. 조각상 앞쪽 벽엔 1980년 5ㆍ18 당시 전남도청 앞 금남로 모습이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광주시는 당초 1999년 5ㆍ18기념공원을 준공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보상이 이뤄진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부상자, 기타 희생자 등 4,321명의 이름을 명패에 새겨 벽면에 설치했다. 시는 이어 2000년 6월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가짜 5ㆍ18피해보상자 30명의 명패를 떼어낸 뒤 2005년 5차 피해 보상 심사 때까지 확인된 관련자들의 명패를 추가 제작해 설치했다.

광주 5ㆍ18 기념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의 5ㆍ18 관련자 명단 일부. 518기념문화센터 제공
광주 5ㆍ18 기념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의 5ㆍ18 관련자 명단 일부. 518기념문화센터 제공

이들 명패 속 이름들은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5ㆍ18유공자(4,415명) 명단과 거의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제정된 5ㆍ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공자 지정 및 관리를 담당한 국가보훈처는 5ㆍ18피해보상자들이 유공자 지정 신청을 하면 별도의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광주시의 보상금 지급 심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 등이 요구한 5ㆍ18유공자 명단이 사실상 공개돼 있는 셈이다.

광주 5ㆍ18공원 내 추모승화공간 내부 전경. 김종구 기자
광주 5ㆍ18공원 내 추모승화공간 내부 전경. 김종구 기자

또 5ㆍ18기념공원 내에는 80년 당시 광주ㆍ전남북지역에서 활동했던 학생 관련자들의 명단도 공개돼 있다. 5ㆍ18 현황조각 공간 옆에 ‘5ㆍ18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이 있는데, 여기엔 80년 5월 당시 초ㆍ중ㆍ고교생 신분으로 사망했거나 부상을 당하는 등 5ㆍ18관련자로 인정된 300여명의 이름과 학교명이 함께 새겨져 있다. 80년 5월 당시 상황일지와 사진, 관련자들의 진술도 적혀 있다.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 내 5.18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 김종구 기자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 내 5.18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 김종구 기자

시민 정모(광주 북구 일곡동)씨는 “제1 야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사람들이 광주항쟁에 대해 이렇게 무지한 것도 모자라 이를 악용해 정치세력을 규합하려 한다는 사실이 광주를 더욱 아프게 만든다”며 “이들 의원은 즉시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글ㆍ사진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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