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두 명 퇴임 전 4월11일 선고 유력
2017년 “낙태죄는 위헌” 두번째 헌법소원
낙태죄 폐지 분위기 정부 조사결과도 변수
헌법재판소가 2년 간 심리를 이어온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4월 최종 판단할 전망이다. 2012년 합헌 결정 후 7년 만에 다시 내려지는 헌재 판단을 앞두고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15일 “두 명의 헌법재판관 퇴임에 맞춰 3ㆍ4월 예정된 정기선고를 하나로 합쳐 4월11일에 하기로 했다”며 “다만 낙태 관련 헌법소원이 포함될지는 정해진 바 없고, 통상 선고 3일 전 확정된다”고 밝혔다. 4월18일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 퇴임 전에 최대한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다음달 28일과 4월25일 예정된 정기선고를 합치기로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일정을 감안할 때 4월11일 예정된 선고에 낙태죄 사건이 포함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작년 5월 공개변론을 마친 데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도 작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속히 재판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이번 선고에서 결정을 못할 경우 후임 재판관들의 기록 검토 등으로 수개월 이상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헌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헌재의 판단 대상은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형법 제270조 제1항(동의낙태죄)이다.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70조 제1항(동의낙태죄)은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2012년 8월 이들 조항에 대해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후 2017년 2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69회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후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다시 심리가 시작됐다.
현재 재판부 가운데 상당수가 낙태죄 폐지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혀 이번에는 위헌 정족수(6명)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은 위헌 의사를 밝힌 바 있고 김기영ㆍ이석태 재판관도 진보적으로 분류돼 전향적 결정이 점쳐진다. 9명 중 2명이 여성 재판관인 점도 주목된다.
여기에 낙태죄 처벌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던 정부 조사결과도 심리에 고려될 게 분명해 보인다. 전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임신중절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1만명) 75.4%는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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