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여가부 장관 3040 남성 1인 가구와 간담회
“평당 관리비로 따지면 고급오피스텔보다 혼자 사는 고시원이 더 비싸단 말도 나와요. 경제적 부담이 크죠.” (김명철씨)
14일 오전 서울 도봉구 은혜공동체주택(공유주택) 1층 카페에 모여 앉은 3040세대 남성 8명이 홀로 사는 삶의 불안과 불만을 털어놓았다. ‘젊은 남성이 혼자 사는 게 어려울 게 뭐가 있냐’는 식의 시선도 있지만, 이들은 1인 가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도시에서 혼자 살며 느끼는 고립감도 얘기했다. 1인 가구를 ‘문제’로만 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불편함도 감추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대화를 끌어간 이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여가부는 기혼 유자녀 가족 중심으로 짜인 기존 가족정책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기반으로 재편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참석자 김명철(38)씨는 “3040남성이 1인 가구가 되는 근본원인을 따져보면 미래에 대한 큰 불안 때문”이라며 “보편적 복지정책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상황에 대비한 지역네트워크를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풍을 앓고 있다는 박진우(31)씨는 “주변에 친구가 없으면 응급상황을 알릴 곳이 없다”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기본적 지원체계가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국민연금기금을 적극 투자하는 정책 등 평소 여가부가 추진하는 정책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3040남성을 진 장관이 만났다는 점에서 이날 간담회는 눈길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나 고령층 등 더 어려운 처지의 1인 가구 대신 남성 1인 가구를 만나기로 한데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평가 여론조사(한국리서치)에서 30대 남성은 20대 남성과 함께 유일하게 여성보다 지지율이 낮은 세대였다. 3040세대 남성 1인 가구(116만6,000가구)는 전체 1인 가구 중 20.7% 수준이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전체 가구의 28.6%(562만가구)에 해당하는 1인 가구는 그 모습과 이유가 다양해 관련 정책도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싱글대디, 비혼모, 동거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만나고 있으며 3040세대 남성만 지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3040 남성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에 관심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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