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뉴질랜드 최초 여성 총리로 일한 9년이 지나고, 이제 여자 아이들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요”
14일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는 이처럼 말했다. 클라크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신촌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GEEF 2019 글로벌지속가능포럼’에서 ‘여성 인권’ 세션 패널로 참석했다. 그는 “아직도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여성이 6%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많은 여성들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뉴질랜드에서는 여성 대법원 판사가 연이어 임명됐고, 국회에도 40% 이상의 의원들이 여성”이라 소개했다.
클라크 전 총리는 1999년 뉴질랜드 최초 여성 총리로 선출된 뒤 세 번 연임에 성공했다. 의원이자 총리로서 그는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검사 의무화 등 여성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또 지속가능한 개발과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에도 노력해 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재임 중이던 2009년에는 역시 여성 최초로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로 임명돼 2017년까지 총재직을 맡았다. 이런 그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5년, 2016년 2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23위, 22위에 올렸다.
클라크 전 총리는 포럼에서 과거 자신이 시행했던 여성 정책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전체 인구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여성의 참여 없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려왔다”며 “가족을 돌보고 가사 업무를 보는 데 훨씬 많은 부담을 떠안아 온 여성은 남성과 다른 차원의 경험을 해 왔고 이런 경험을 정치적 의사결정에 포함시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크 전 총리는 또 “여성의 공직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 과거에는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슈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며 “코스타리카의 경우 여성이 의회에 대거 진출하자 미혼모, 한부모 가정 문제가 다뤄졌고 전 세계 최고의 여성 의원 비율을 자랑하는 르완다 역시 과거에 소홀했던 문제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총리로 재임 중이던 당시에도 많은 여성 장관들의 도움을 받아 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개선하고 육아 교육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여성의 출산 후 커리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라크 전 총리는 여성 발탁을 위해 더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은 남성 같은 인맥과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해 공직 진출 때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정당이 적극적으로 여성을 모집하고 정계 요직에 진출시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500만 인구에 여성 정치인이 의회, 내각에 1명 정도뿐인 파푸아뉴기니 같은 나라의 경우 여성 정계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쿼터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여권 신장’ 주제 세션에는 이미경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ㆍKOICA) 이사장, 아르미다 알리샤바나 유엔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 등도 패널로 참석해 근무 환경ㆍ성폭력 등 다양한 주제로 전 세계의 여성 인권 문제를 토론했다. 이번 포럼은 △지속가능성과 미래 도시 △남북한 경제 협력 △분쟁지역 아동 인권 등의 주제도 다룰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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