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브랜드인 혼다와 토요타는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대표적인 미니밴을 생산하고 있다.
혼다의 경우에는 어코드를 기반으로 개발된 혼다 오딧세이는 대중적이면서도 뛰어난 주행 성능을 자랑해왔고, 또 실용성을 늘 뽐내왔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토요타 시에나는 오딧세이와 유사하면서도 보다 고급스러운 감성을 기반으로 한 매력을 어필해왔다.
올 3월, 토요타 코리아는 새로운 디자인과 상품성을 더한 시에나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시에나'를 선보였다. 기존 모델 대비 스타일을 개선하고 안전 및 편의사양을 더한 사양이라 '시에나만의 고급스러움'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데뷔한지는 제법 시간이 흘렀으나 시에나는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일까?
시에나는 5,095mm의 전장과 1,985mm의 전폭 그리고 전고는 2WD 모델이 1,790mm, 4WD 모델이 1,805mm로 패밀리 미니밴의 전형적인 체격을 자랑한다. 실제 경쟁 모델인 혼다 오딧세이와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휠 베이스는 3,030mm로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암시하며 공차 중량은 2WD와 4WD 모델이 각각 2,120kg와 2,175kg이다. 참고로 시승차량은 '토요타 시에나 3.5 리미티드 4WD' 사양이다.
세련된 감성을 더한 미국식 미니밴
현행의 시에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 됐다.
디자인 과정에서 토요타는 시에나에 ‘컴포트, 컨비니언스 그리고 쿨’이라는 세가지 요소를 담고자 했다. 미국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만큼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디자인 목표를 추구한 것이다.
특히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강하게 느껴지는 날카로운 헤드라이트와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를 적용한 프론트 범퍼를 장착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모습이다. 이를 통해 미니밴이지만 와이드 & 로우 스탠스를 완성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와 함께 실내에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담백하고 깔끔하게 구성된 측면, 그리고 더욱 선명한 이미지로 미니밴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후면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토요타가 선보이고 있는 '킨룩'을 한번 더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측면의 이미지는 겉에서 봤을 때에도 실내에서 느낄 개방감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만큼 창문의 비율과 담백하게 다듬어진 실루엣이 눈길을 끈다. 후면은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넓은 공간에 대한 배려와 노력이 느껴진다.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공간
고급스러운 소재와 여유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은 탑승자를 위한 최적의 만족도를 선사한다.
운전자 중심으로 구성된 대시보드는 역동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집중했으며 깔끔한 스티어링 휠과 시인성을 높인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하여 주행 중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브라운 톤의 고급스러운 소재와 함께 실내 곳곳에 적용된 우드 트림이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젊은 감성으로 다듬어진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덕에 시에나의 공간에 생기가 느껴진다. 시트와 도어트림도 이런 구성을 그대로 공유한다.
1열 공간은 상당히 풍성하고 여유롭다. 넉넉한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했으며 드라이빙 포지션 또한 한층 편안하게 다듬었다. 덕분에 미니밴을 몰고 있다기 보다는 체격이 큰 세단을 타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
2열과 3열은 미니밴이 가져야 할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미니밴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많은 만큼 실내 공간은 무척 만족스럽다. 2열에 적용된 오토만 시트는 독립 시트와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제작된 시트는 만족감을 높였다. 특히 2열 시트는 650mm를 전후로 슬라이딩할 수 있고, 2열 및 3열 시트 모두가 등받이 각도 조절이 용이해 최적의 포지션을 만들어준다.
3열 시트는 60:40 폴딩 기능이 적용됐다. 시트 폴딩 방식은 전동 방식이 아닌 백시트 뒤에 있는 레버를 당긴 후 차체 하단에 적재하는 방식이며 덕분에 간결한 구조와 쉬운 사용, 그리고 넉넉한 적재 공간이라는 장점을 모두 얻게 됐다. 이런 구조 덕분에 여느 풀 사이즈 SUV와 비교 했을 때에도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적재 능력을 자랑한다.
V6 엔진과 AWD의 조합
다운사이징이 추세라고 하지만 마직 미니밴 시장에서는 V6 엔진이 여전하다. 실제 토요타 시에나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301마력과 36.4kg.m의 토크를 내는 V6 3.5L 가솔린 엔진이 자리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조합해 네 바퀴로 출력을 전달해 큼직한 체격을 이끈다. 이러한 조합을 통해 토요타 시에나는 리터 당 8.2km의 공인 연비를 확보했으며 도심 연비와 고속 연비는 각각 7.2km/L와 10.0km/L를 달성했다.
미니밴의 본질을 담은 드라이빙
흔히 미니밴이라고 한다면 주행 성능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많을 것이라 판단하고 애초에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바라본다.
하지만 미니밴 개발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경쟁을 펼쳐온 브랜드들이 만든 만큼 경쟁력 있는 주행 성능을 요구한다. 시에나 역시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경쟁을 펼쳐오고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만큼 주행 성능에서의 매력을 어필한다.
특히 가속 시에 느껴지는 V6 엔진의 매력이 돋보인다. 사족을 붙이자면 바로 이 느낌이 전형적인 미니밴의 감성인 것이다. 부드럽게 전개되는 가속력과 출력의 전개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심심하지만 탑승자에게는 편안하게 느껴져 ‘피플무버, 크래프트’와 같은 미니밴 본연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솔직히 말해 차량의 크기, 무게가 있는 만큼 301마력, 36.4kg.m의 출력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한 번 높아진 RPM에 이어 느껴지는 매끄럽고 세련된 회전질감은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을 한껏 과시한다. 게다가 발끝으로 전해지는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V6 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변속기는 물론 전체적인 주행의 감성 역시 부드러운 편이다.
오딧세이가 미니밴이면서도 혼다 특유의 경쾌하고 산뜻한 움직임에 집중했다면 시에나는 확실히 미니밴이 추구해야 할 정공법을 택한 결과다. V6 엔진과 호흡을 맞춘 8단 변속기 역시 기계적인 느낌보다는 실내 공간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대다수의 주행 상황에서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변속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어느 정도 시에나의 드라이빙에 적응이 된다면 '굳이 변속'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고, 부드러운 주행을 즐기는 스스로를 만날 수 있다.
서스펜션은 미니밴인 만큼 노면의 충격을 최대한 억제하고 걸러내려는 모습이다.
여기에 댐핑의 강도를 조절해 차량이 출렁이지 않을 타협점을 찾았다. 게다가 다한 노면 상황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AWD 역시 탑재된다. 특히 AWD 모델의 경우에는 액티브 토크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되어 전∙후륜에 적절한 토크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움직임을 자랑한다.
덕분에 시에나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미니밴이라는 느낌보다는 차체가 높은 세단이라도 해도 크게 아쉬움이 없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조금 더 단단하고 기민하게 다듬길 바라지만 많은 짐과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현재의 세팅이 최적의 세팅이라 말할 수 있다.
한편 시승을 하며 자유로를 달려 보았는데 시에나는 50.3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각각 87km/h의 평균 속도와 함께 11.7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8.2km/L의 공인 복합 연비와 10.0km/L의 고속 연비 등을 고려했을 때 준수한 편이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개선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점: V6 엔진의 풍부하고 부드러운 감성과 탑승자를 위한 공간
아쉬운점: 다소 부담되는 V6의 존재와 카니발과의 가격 차이
분명한 매력을 갖춘 글로벌 마켓 리더
토요아에게 시에나는 캠리와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하는 마켓 리더로서 21세기 미니밴이 어떤 차량이어야 하며 어떤 강점과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정확히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니발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막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리더'라는 존재감은 명확히 담겨 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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