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ㆍ소상공인과의 대화’에 참석한 업계 대표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가장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그 때문에 밥 한 끼를 대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행사에서는 최저임금 급등에 항의 시위를 했던 소상공인연합회 등 유관 단체 대표 및 자영업자들이 사전 시나리오 없이 대통령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이날 대화는 대통령이 업계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밥 한 끼 대접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 초청해 대화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다. 자영업ㆍ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인정하고, 향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키로 약속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날 행사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등 보완책을 강구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급등 이래, 자영업ㆍ소상공인 피해 구제에 나름대로 애를 써 왔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이래 다섯 차례에 걸쳐 자영업 대책을 내놨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는 단순 피해 구제를 넘어 자영업 성장을 겨냥한 ‘자영업 성장ㆍ혁신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자영업ㆍ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발행, 골목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 대책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이 같은 ‘달래기 대책’보다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보정책 등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는 요청이다.
사실 청와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보정책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은 경사노위 논의가 끝없이 지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2월 국회 처리 약속도 물 건너간 상태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주휴수당 문제 역시 본격 논의의 장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자영업ㆍ소상공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따뜻하기만한 성의’보다는, 청와대와 여당이 더 적극적인 정치력을 발휘해 실효적인 보정책을 조기 가동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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