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2월14일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
‘초콜릿을 주고 받는 2월14일 발랜타인데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은데 안중근 의사가 이날 사형선고를 받은 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4일 부산 남구 대강당에서는 ‘2ㆍ14 도마 안중근의 날 제정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은 1909년 10월 26일 일본인으로 가장해 중국 하얼빈역에 들어가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도마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안 의사는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았고, 한 달여 뒤인 3월 26일에 형이 집행돼 31세의 삶을 마감해야 했다. 이날 행사는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았던 당시 시간과 같은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됐다.
이날 행사 참석자 350여명은 기념일 지정을 촉구하고 안중근 의사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대화를 주제로 한 연극을 관람했다. 또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 안성녀 여사 묘지가 있는 부산 남구 용호동 천주교 묘지로 이동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안 여사는 안 의사 의거 이후 도피해 해방이 오기 직전까지 독립투사들의 군복을 만드는 등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적을 입증할 공식 자료가 없어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한 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했다. 서훈을 위해 현재 안성녀수훈추진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권혁우 안중근의사교육문화재단 명예총재는 “밸런타인데이는 안중근 의사의 희생이 있었던 날”이라며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보다 안 의사를 떠올릴 수 있는 기념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 안성녀 여사 손자다. 그는 “매년 2월 14일이 밸런타인데이로만 주목받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안 의사의 사형 선고일을 기념일로 제정하고 이를 계기로 안 의사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들의 업적을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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