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률 높이려고 민간위탁하고 일반에 확대 개방했지만…부실 운영 논란
해병대 휴양시설인 경북 포항 청룡회관의 근로자들이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해 말썽이다.
청룡회관 근로자 10여명은 14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7월 해병대1사단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회사가 근로자 20여명의 급여 등 약 1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회사측이 4대 보험료도 납부하지 않아 공단 등에서 온 우편물을 받고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직원 20명은 지난달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진정서를 냈고, 일부 직원은 퇴사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회사측에 밀린 급여를 주도록 명령했다.
이에 회사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려다 사기를 당해 30억원의 빚이 생겨 직원들의 급여 일부를 제때 주지 못했다”며 “1억원까지는 아니고 현재 7명에게 3,000여만원을 주지 못했는데 지급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회사가 급여명세서나 재직증명서도 발급해주지 않아 급여가 밀려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도 서류를 갖추지 못해 받지 못했다”며 “직원들한테 미안해하기는커녕 돈이 없어 못 준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해병대가 청룡회관 운영의 문제를 알면서도 관리 감독에 소홀하다며 비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청룡회관을 이용하는 기관 대부분이 해병전우회 등 해병대 관련 단체이고 행사 예약이 많은데도 업체 측은 수익이 없다는 말만 하며 밀린 임금을 주질 않는다”며 “해병대도 부실기업에 계속 경영을 맡길 게 아니라 하루 빨리 현장에 나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병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표 면담과 공문 등을 통해 임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위탁경영 중이라서 직접적인 관여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항 남구 동해면 임곡리 바닷가에 위치한 청룡회관은 해병대 휴양시설로 32개의 객실과 연회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목욕탕을 갖추고 있다. 지난 45년간 해병대가 직접 운영했으나 지난해 7월부터 이용효율을 높이고 청룡회관에 장병들이 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민간업체에 맡겼다. 이에 따라 위탁경영 전까지 시설을 관리하던 34명의 해병들은 일선 부대에 전면 배치됐고, 객실 등 시설물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 개방됐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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