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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득을 높이는 것이 옳았다

입력
2019.02.1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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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는 2.8% 증가해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 기여도에서도 민간소비의 기여분이 1.4%포인트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순수출의 기여분이 1.1%포인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성장에 민간소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보수정부가 무리하게 부동산 부양정책을 폈던 것이 정부 출범 이후 안정화되면서 2018년 건설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0.2%포인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소비 증가가 갖는 의미는 더 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계 소득을 높여 성장을 이끌겠다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2018년 지표는 가계 소득 증가가 소비를 증가시키고 소비 증가가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최근 결정은 당황스럽다. 정부가 24조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했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이야기했지만, 지역 균형 발전이 경제성은 물론, 균형 발전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시행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대신 과거 방식의 성장정책으로 국정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물론 정부의 심정은 이해한다. 지난해 성장률이 2.7%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어떻게 해서든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정일 것이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하면 더더욱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또한 지역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예타 면제는 지역 숙원 사원을 해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정부 9년을 거치면서 토건에 의한 인위적 부양이 결국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미루고 양극화라는 고질병을 악화시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대규모 토건사업을 통해 성장률이 높아진들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재벌 대기업에 좋은 것이 국민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던 사람들에게 이번 정부의 결정은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다. 한 보수신문은 사설에서 정부의 예타 면제 결정을 “세금으로 매표 행위를 한 사이비 국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보수 정부의 대규모 토건사업에 침묵했던 언론으로부터 이런 비난을 받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보수언론은 정부가 무엇을 하든 비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예산을 공공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고, 서민 소득을 높이는 복지정책에 더 써서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해 보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2018년 25조의 초과 세수가 걷혔고,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조세부담률이 GDP 대비 2.0%포인트나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이젠 문재인 정부가 꿈꾸었던 복지국가를 제대로 시작해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늘어난 소비가 온라인 판매 등으로 인해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고민이라면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공적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대규모로 늘리고, 열악한 보건복지분야 일자리를 괜찮은 공적 일자리로 만드는데 세금을 쓰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어떤 성장인가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를 늘리는 성장만이 국민이 바라는 성장이다. 불안하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초심을 지켜 내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초심을 지킨다면 그 초심을 지지할 국민이 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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