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웅게러의 그림책 ‘달 사람’(Moon Man)에서, 달에 살던 달 사람은 어느 밤 사람들이 어울려 춤추는 모습이 몹시 부러운 나머지 지구에 놀러온다. 이 시가 말하듯 달님이야 원래 “날개도/지느러미도 없이” 나뭇가지든 연못이든 지구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구에선 그를 반기기는커녕 외계의 침입자로 여기며 감옥에 가둔다. 달 사람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

달 사람은 곧 달이라는 사실이 문제 해결의 열쇠다. ……그렇다. 달 사람은 그믐달이 될 때까지 가만 기다리기 하면 쇠창살쯤 문제없던 것. 창살을 자르거나, 감옥 설계도를 입수해 치밀한 탈출 작전을 짜지 않아도 우아하고 가뿐하게 창을 넘는다. 원래 달은 그러하니까.

지난 2월 9일, 정월 초승달이 아름다웠던 무렵 ‘달 사람’의 작가 토미 웅게러도 훌쩍 지구를 떠났다.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의 부고와 연달아 들으니 흔한 말로, 한 시대와 세대가 저무는 느낌이다. 토미 웅게러와 존 버닝햄은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그림책 시리즈를 발간하기 시작한 때 처음 소개된 그림책 작가다. 그 당시부터 그림책을 읽어온 독자의 마음속에서 그들은 학문적인 계보야 어떠하든 ‘1세대’ 그림책 작가로 자리했다. 그들의 예술적 성취는 물론이거니와 그림책과의 첫 만남이었으니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특히 토미 웅게러는 어린이책의 금기를 깬 작업으로 유명하다. 뉴욕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던 그가 어린이책 작업을 시작한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어린이책은 밝고 명랑한 세계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는 순하고 귀여운 토끼와 다람쥐만 뛰어놀던 공간에 뱀, 악어, 낙지 등 어린이책에 등장한 적이 없던 동물을 그려 넣었다. 무서운 동물과 강도, 식인 거인, 괴물을 창조했다.

영화 ‘토미 웅거러 스토리’에서 그는 자기 그림책의 주제가 ‘두려움’이라 밝힌다. 어린이들은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독일과의 경계인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2차 대전 발발로 알자스가 독일 점령지로, 다시 프랑스 통치로 넘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되묻고,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시선을 갖게 됐다. 그가 어린이책의 금기를 뛰어넘을 수 있던 건 금기에 대한 기계적인 반작용의 실험이었다기보다는 작가로서 자기 세계를 탐구하고 표현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이자 부수적 효과로 보인다.

이제 ‘뱀’이 어린이책의 금기가 되던 시대는 지나 이 시집에도 ‘뱀’이란 제목의 시가 두 편 실려 있다. 제목 뒤에 번호를 매겨 구분하지 않은 건 두 편이 각각 유일한 시이고, 세상 모든 시는 유일하니, 독자들도 자신의 시를 써보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토미 웅게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렸듯 모두 각자의 시를 쓸 때 어린이문학의 금기는 달 사람이 감옥 창살을 넘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허물어질 것 같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