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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깎아 만들었다”…‘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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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깎아 만들었다”…‘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눈물

입력
2019.02.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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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왼쪽부터)과 이재인, 장재현 감독, 배우 진선규,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사바하’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주먹을 쥐며 영화의 흥행을 기원하고 있다. 뉴스1
배우 박정민(왼쪽부터)과 이재인, 장재현 감독, 배우 진선규,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사바하’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주먹을 쥐며 영화의 흥행을 기원하고 있다. 뉴스1

“불합리한 세상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신이 존재할까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신을 찾으려다 악을 만났습니다.”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개척한 영화 ‘검은 사제들’(2015)로 544만 관객을 만났던 장재현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영화 ’사바하’(20일 개봉)로 돌아온다. ‘검은 사제들’에선 악령에 맞선 가톨릭 구마 의식을 다뤘고, ‘사바하’에선 불교 세계관을 토대로 신흥 종교 집단을 둘러싼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장 감독은 “엑소시즘 같은 초자연적 현상보다는 종교 색채가 강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바하’는 사이비 종교를 좇는 박목사(이정재)가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집단을 발견하고 그 정체를 추적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박목사는 사슴동산이 연루된 살인 사건을 조사하다 낯선 청년 나한(박정민)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한의 의문스러운 발걸음은 한 시골 마을의 쌍둥이 자매로 향한다. 장 감독은 “신을 찾는 박목사와 악을 찾는 나한, 그 사이에 있는 쌍둥이를 중심으로 세 이야기가 다르게 진행되다 나중에 합쳐진다”며 “그 누군가의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서사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사바하’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사바하’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검은 사제들’을 마치던 즈음 무속 관련 자료를 조사하던 장 감독은 ‘불교에는 악이 없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호기심을 품었다. “불교는 항상 변하더라. 악에서 선으로, 선에서 악으로, 그러다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유일한 악이라고 하더라. 결국엔 모든 게 순환하는 불교적 세계관에 푹 빠졌다. ‘사바하’도 계속 전복이 이뤄지고 선과 악을 모호하게 다루면서 불교 색을 벗어나지 않았다.”

무채색 화면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배경음, 속도감 있는 편집 등이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고조하면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장 감독은 “박목사가 속한 도시와 나한이 속한 강원도, 두 세계를 대비해 보여주면서 장르성을 강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전작에선 가톨릭을, 이번 영화에선 불교를 다뤘지만, 정작 장 감독은 모태 개신교 신자다. “나는 절대자가 선하다고 믿는다. 가끔 세상을 보면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 슬프다. 그래서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의심과 원망을 품은 반항아적 유신론자라 할 수 있다. 박목사 캐릭터는 작가이자 감독인 내가 많이 투영된 캐릭터다.”

박목사 역할은 이정재가 연기한다. ‘도둑들’(2012) ‘관상’(2013) ‘암살’(2015) ‘신과 함께’ 1, 2편(2017, 2018)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지만 공포 영화는 첫 도전이다. 이정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했다”며 “긴장감의 수위와 강도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나한 역을 맡은 박정민은 어둡고 서늘한 인상으로 관객을 얼어붙게 만든다. 그는 “내 연기에 초조함을 느끼기보다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이 영화가 관객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했다.

장 감독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감정이 북받쳐올라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며 만든 영화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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