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세상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신이 존재할까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신을 찾으려다 악을 만났습니다.”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개척한 영화 ‘검은 사제들’(2015)로 544만 관객을 만났던 장재현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영화 ’사바하’(20일 개봉)로 돌아온다. ‘검은 사제들’에선 악령에 맞선 가톨릭 구마 의식을 다뤘고, ‘사바하’에선 불교 세계관을 토대로 신흥 종교 집단을 둘러싼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장 감독은 “엑소시즘 같은 초자연적 현상보다는 종교 색채가 강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바하’는 사이비 종교를 좇는 박목사(이정재)가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집단을 발견하고 그 정체를 추적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박목사는 사슴동산이 연루된 살인 사건을 조사하다 낯선 청년 나한(박정민)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한의 의문스러운 발걸음은 한 시골 마을의 쌍둥이 자매로 향한다. 장 감독은 “신을 찾는 박목사와 악을 찾는 나한, 그 사이에 있는 쌍둥이를 중심으로 세 이야기가 다르게 진행되다 나중에 합쳐진다”며 “그 누군가의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서사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을 마치던 즈음 무속 관련 자료를 조사하던 장 감독은 ‘불교에는 악이 없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호기심을 품었다. “불교는 항상 변하더라. 악에서 선으로, 선에서 악으로, 그러다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유일한 악이라고 하더라. 결국엔 모든 게 순환하는 불교적 세계관에 푹 빠졌다. ‘사바하’도 계속 전복이 이뤄지고 선과 악을 모호하게 다루면서 불교 색을 벗어나지 않았다.”
무채색 화면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배경음, 속도감 있는 편집 등이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고조하면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장 감독은 “박목사가 속한 도시와 나한이 속한 강원도, 두 세계를 대비해 보여주면서 장르성을 강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전작에선 가톨릭을, 이번 영화에선 불교를 다뤘지만, 정작 장 감독은 모태 개신교 신자다. “나는 절대자가 선하다고 믿는다. 가끔 세상을 보면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 슬프다. 그래서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의심과 원망을 품은 반항아적 유신론자라 할 수 있다. 박목사 캐릭터는 작가이자 감독인 내가 많이 투영된 캐릭터다.”
박목사 역할은 이정재가 연기한다. ‘도둑들’(2012) ‘관상’(2013) ‘암살’(2015) ‘신과 함께’ 1, 2편(2017, 2018)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지만 공포 영화는 첫 도전이다. 이정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했다”며 “긴장감의 수위와 강도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나한 역을 맡은 박정민은 어둡고 서늘한 인상으로 관객을 얼어붙게 만든다. 그는 “내 연기에 초조함을 느끼기보다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이 영화가 관객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했다.
장 감독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감정이 북받쳐올라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며 만든 영화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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